현문권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

애플사의 스티븐 잡스(Steven Paul Jobs)는 유명 회사의 CEO일 뿐 아니라 뛰어난 연설가로서도 유명하다. 특히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 연설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플사의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신제품 만큼이나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스티븐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다.

스티븐 잡스는 아이패드를 출시하며서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technology)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 잡으려 애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아와야 합니다.” 현대 최첨단의 기술력을 지니고 세계 IT산업을 주도하는 회사의 CEO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인문학을 꼽고 있는 것이다. 즉, 인간의 기술개발의 출발점을 바로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의 의미

김태환 전 도정과 우근민 현 도정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도지사가 외치는 구호에서 그 차이를 보고 싶다. “선동의 후협의와 선보존 후개발!”

이는 사람과 자연과 인간의 발전에 대한 전·현직 도지사의 인생관의 차이다. 선동의 후협의는 강정해군기지 선정과정에서 김태환 전 도지사가 외쳤던 구호이다. 제주도민과 제주의 자연에 대해서 김태환 전 도지사는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 다음에야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을 가졌었다.
 
이러한 김태환 도정의 행태는 해군기지건설만이 아니라 영리병원문제, 비양도와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 곶자왈 지역의 개발문제에 같은 형식으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김태환 도정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다 제주지역이 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김태환 도정이 망각했던 것은 인간이 잘 산다는 것은 Homo economicus(경제의 인간)만이 잘 산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경제적 존재로 한정한 결과이다. 마치 인간이 개발과 경제(돈)를 따라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스티븐 잡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기술이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듯이, 개발과 경제는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즉, 인간과 자연의 가치에 대한 문제이다.

올레길에서 발견한 철학

우근민 도지사는 “선보존 후개발”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제껏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 그리고 행정과 관련된 인물들에게서는 처음(?) 듣는 신선한 외침이기도 하다. “선보존 후개발” 이라는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선보존 후개발”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감과 함께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올릴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매일 눈으로 보고 있다.

제주올레가 그것이 아닌가. 개발을 하기보다는 제주의 가치를 속살 그대로 보존하며 보여주는 것! 우리들이 어렸을 적 뛰놀았던 마을과 골목길과 바닷가 그리고 부모님과 일했었던 밭에서, 그 마을과 바당과 밭들을 잇는 길에 열광하며 제주를 찾는 이들은 올레길에서 자신을 찾고 돌아간다고 한다.

관광이 철학과 만나는 지점이다. 어떤 경우는 관광이 예술과 만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관광을 통해 인간이 변화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관광을 통해 개인의 삶의 자리가 바뀌기도 한다(올레길 왔다가 제주에 거주하는 이들도 있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이 인간의 가치를 찾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선보존 후개발을 내세운 현 도정은 앞으로의 제주발전의 큰 밑그림만이 아니라, 그동안 제주경제를 담보로 이루어졌고 환경파괴를 전제로 해왔던 개발들을 법에 따른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재평가하기를 바란다. 몇몇 비양심적인 환경영향평가로 인해 개발되어 골프장으로 인해 잘려나간 제주의 곶자왈을 찾아주고, 잘려나간 해안선을 찾아주고, 잘려나간 오름들과 그안의 풀들을 찾아주고, 잘려나간 강정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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