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문화관광해설사 김명희씨

▲ 해녀·문화관광해설사 김명희씨
시어머니로부터 ‘해녀’ 대물림
“세계문화유산 등재 일조 하고파”

용두암 인근 도로변에는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연인들끼리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가 하면 해녀들이 갓 잡아 올린 멍게·해삼·문어를 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라만 보고 있는 관광객들을 향해 “싸게 드릴테니 잡수고 가요”라며 외치는 한 해녀(?)가 눈에 들어온다. 연령이 60~70대가 주류인 해녀들에 비해 젊은 모습임을 감안하면 해녀인지 상인인지 분간이 안된다.

김명희씨는 올해로 41세다. 김씨는 “시어머니가 해녀여서 대물림 받은 것”이라며 “본업은 현대미술관에 속해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라고 말했다. 해녀복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 ‘해녀’였다.

주변에 있던 상인과 해녀 할머니들이 김씨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중국·일본인들이 기념품이나 갓 잡은 해산물 등을 물어보는 순간이다. 김씨의 일본어·중국어 실력은 통역가이드 못지않게 뛰어나기 때문.

김씨는 “제주시청에서 운영했던 관광 중국어통역사로 일한 적이 있고 일본어는 관심이 많아 학원이나 대학교 때 교양수업 등을 통해서 익혔다”며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봬도 대학 4년간 ‘장학생’이었다.

“경영학 전공하던 대학 시절에 무기계약직으로 시청에 취직도 했어요. 1989년도 당시 도내 공직사회 워드프로세서 1호였답니다. 졸업 후에는 무역회사도 다녔고 지금은 6년째 해설사로 일해요”

본업이 관광해설사여서 물질을 할 기회는 드물다. 한 달에 반은 현대미술관에서 나머지 반은 용두암 도로변에서 해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물질 실력은 보전·전승을 위한 수준이다.

“물질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해녀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힘쓰려고 해요. 해녀 관련 서적이나 전문가들이 태부족인데도 세계화한다고 외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느낄 때가 많죠”

제주 해녀문화에 대한 김씨의 애정은 남달랐다. 질문이 더해질수록 그녀의 과거상은 흥미를 더했고 확고한 주관은 해녀에 대한 지원이나 관련 시책이 부족한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독립기구였던 해녀박물관이 도청의 한 ‘과’ 산하 조직으로 내치는 것은 전승·보존에 대한 마음이 없다는 거죠. 해녀 지식도 없는 사람이 선거공신이란 이유로 수장을 꿰차는 것도 문제고요”

해녀문화를 제대로 알고 싶어 물질도 했지만 김씨에 따르면 이론적인 학습을 위한 서적·자료는 부실한 게 현실이다. 해녀들의 아픔과 고된 삶이 ‘전설’이 아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방선거철이면 도의원 선거구에서 러브콜을 받곤 하는 ‘회계전문’ 인력이기도 하다. 30여곳의 선거구 가운데 김씨가 사무를 맡은 곳이 ‘모범회계’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중·고교에 다니는 두 아들이 다 크면 대학원 진학도 꿈꾸고 있다.

김씨는 “제주해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이 추진되는데 전문인력이나 관련 자료가 없는 것은 정말 심각하다”며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던 2007년에는 만장굴 소속 관광해설사로 근무하며 일조했듯이 해녀 등재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종수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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