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라지마할’ 카말씨

일본 유학중 만난 아내와 결혼해 제주에 정착
아름다운 경관대신 빌딩 늘어나는 현실 아쉬워

제주시 연동에서 인도음식점 ‘라지마할’을 운영하는 카말씨(36)는 네팔인이다. 일본 유학중 만난 제주도 출신의 아내를 만나 지난 2004년 제주에 정착했다.

“일본에 있는 대학에서 아내는 일본학을 전공하고, 저는 요리를 전공하는 유학생이었어요. 같은 유학생이어서 마음이 잘 통했나봐요. 그래서 아내의 고향인 조천에서 전통한국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에서 살게됐죠”

그러나 한국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카말씨는 외국인이어서 겪은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외국인등록증을 받기까지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위장결혼을 의심해 카말씨가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방문했다. 여권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맡긴 상태였기 때문에 밖에도 잘 못나가고 집에만 있었다.

“신분증 없이 돌아다니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수도 있거든요. 한번은 서울에 사는 친구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출입국사무소에 맡긴 여권을 찾고 갔다와서 다시 맡기기도 했었죠”

일터에서도 차별은 존재했다. 한국어를 배우며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아르바이트로 식당일을 했는데 한국사람이 100만원 받을때 그는 70만원만 받아야 했다.

점포를 얻거나 사업자등록을 할때도 아내의 이름으로 해야했고, 요즘은 많이 개선됐지만 이메일·쇼핑몰 등의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도 어려웠다. 또 휴대전화도 비싼 선불카드가 아니면 개통이 불가능했다.

이 모두가 카말씨가 아직까지 네팔국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국적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이중국적이 허용되면서 카말씨는 한국국적 취득을 준비 중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으로 외국인이라고 차별 받는 일들은 없어지길 기대할 따름이다.

다섯살과 두살된 두아이를 둔 카말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일이 벌써부터 고민이다.

“제주도에는 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어요. 공원이나 놀이터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많아요.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수많은 학원을 다녀야 해요. 그런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제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있는 네팔에서 학교에 보낼까 하는 생각도 해요”

여러가지 불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카말씨는 제주도를 떠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뛰어난 자연경관을 비롯해 어느때고 찾을 수 있는 산과 바다에 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속속 들어서는 고층빌딩은 아쉬움이다.

“건물을 지은 사람은 돈을 벌 수 있어서 좋겠지만 주변사람들에게는 좋을게 하나도 없어요. 교통체증은 심해질 것이고, 바람과 햇빛을 막고, 아름다운 풍경도 뺏겨버리니까요. 제주도의 자랑인 자연환경이 잘 보호됐으면 좋겠어요”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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