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 신부>

▲ 현문권


며칠 전 5대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가 강정을 방문하는 기회에 함께 참석하였다.
5월 따스한 햇살, 선선한 바람,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 그리고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와 강정해안 앞의 섬들…. 그야말로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이었다.

마치 유럽의 한적한 바닷가 휴양지를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포크레인이 넓은 용암지대인 구럼비 해안의 바위들을 훑고 지나간 개발공사의 현장이었고, 바닷속에 무엇인가를 투척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간간이 지나가는 올레꾼들은 마지막일지도 모를 제주 강정의 구럼비 해안을 한가롭게 걸으며 아름다운 이곳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며 한 소리씩 하며 지나간다. 절대보존지역을 왜 절대로 보존해야만 하는지 깨달을 수 있는 곳이다.

거대한 테트라포트 (T.T.P, 일명 삼발이)의 위용에 숨이 막히고, 그 넓은 구럼비 해안과 10만 여평의 바닷가가 콘크리트로 덧칠될 모습을 상상하면 기가 막힐 뿐이다. 육지의 4대강이 자연을 콘크리트화 하는 것이라면, 제주는 아마 해군기지 건설이 그에 버금갈 것이다.

4대강 공사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해군기지도 빨리 공사를 진척시켜 - 항상 그런 핑계를 대듯이 - 이미 이만큼 국책사업에 예산이 들어가고 일이 진척되었는데 포기를 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있을 것이다 라며 협박을 하는 듯하다. 

5월 초 많은 휴일이 있었음에도 쉼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해군기지 건설현장도 야 5당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 국회 진상조사단이 제주도를 방문하였을 때, 공사를 쉬었다 한다. 주민들이 그렇게 소리 높여 공사중단을 부탁할 때는 모르는 척 하더니, 높은 사람이 오면 알아서 쉬는가 보다.

국책사업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며, 언젠가는 다 해야 할 일이라며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주도민들을 기만하던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들과 몇몇 공무원들 그리고 해군과 국방부의 모습을 기억해본다.

그런 줄 알았다. 국가가 정하면 따라야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국책사업? 그것은 이해타산의 결과이며 정치적인 문제였다. 그 어디에도 국민을 위하는 모습은 없다. 힘 있는 자들의 구미에 따라 달라지는 힘의 논리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인한 국책사업 시행으로 혼란스럽다. 이에 대해 여론은 정부가 대형 사업 추진과정에서 ‘말 바꾸기’를 거듭하면서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각 지역이 국책사업의 이해타산으로 복잡하다. 이명박 정권 집권초기의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최근에 벌어진 문제가 많은 4대강 사업, 경상도 지역의 신공항 건설 문제, 전북과 경남지역의 LH 본사와 국민연금공단 배치문제, 과학벨트에 이르기까지 국책사업으로 인한 잡음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다시 한번 제주에서 벌어지는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해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보에 적합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였고, 국민과 주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볼 때이다. 그리고 콘크리트로 바닷가를 메우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속할 수 있는지도 자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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