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내·외부 아닌 대한민국 문제…지식인 각성해야”

<인터뷰> 강정에서 만난 조영배 제주대 교수

강정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만난 조영배 제주대 교수는 이미 한바탕 공사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인 뒤였다. 상황이 정리된 후에도 주민들과 앞으로 대책 등을 이야기한 조 교수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도내 지식인들이 비겁하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강정마을 태생이기도 한 조 교수는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은 숨지말고 당당히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해군기지에 내·외부 세력이 어디있나”며 최근 불거진 ‘강정마을 외부세력 배제’ 요구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강정마을에는 내·외부 세력이 없다. 대한민국 세력이 있을 뿐”이라며 “해군기지는 대한민국 문제다. 강정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수는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내·외부 세력을 가르는 것은 주민을 이간질하기 위한 얄팍한 수단”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나눌 수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거듭 주문했다. 그는 “해군기지 문제는 이제야 비로소 전국적인 문제가 됐다”면서 “새롭게 천천히 논의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절대보전지역’이 해제된 데에서도 쓴소리를 전했다. 조 교수는 “강정바다를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한 것은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며 “강정 사례를 본보기로 도지사가 원하면 마음대로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할 수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해군기지를 정말 만들어야 한다면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며 “환경을 최소한 파괴하는 범위에서, 최적지에, 최소비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강정 바다는 해군기지 입지로 적합하지 않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제주사회의 권력의 축은 해군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대로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면 도정은 절대로 해군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군기지가 들어온 뒤에도 해군의 권력에 따라 제주사회가 좌지우지될 것”이라며 “도민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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