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최대 100억원 못박아···품목 대거 축소
명확한 환급절차·기념품 질 제고 등 과제

제주 특별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가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이 제도는 일종의 소비 진작책이다. 관광객들의 주머니 부담을 줄여, 더 많은 사람들을 제주로 오게 하자는 목표가 담겨있다. 그러나 관광업계는 당초보다 부가세 환급품목이 대폭 줄어들면서, 큰 기대효과를 갖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왜 3개 품목으로 한정됐나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지난 2009년 제주도가 당초 계획한 부가세 환급 대상 품목은 제주특산품, 관광기념품, 유류구입비의 재화와 음식·숙박업, 운송업(택시·전세버스·렌터카), 기타산업(여행사·공연·골프장·승마장 등 스포츠시설운영업)등 이었다. 관광산업 전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애초부터 기획재정부는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부가세 환급제가 도입될 경우 조세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때부터 부가세 환급제는 1년간 난항을 겪어왔다.

결국 기재부와 제주도는 환급 품목을 대폭 줄여, 기념품·특산품·렌터카 3개 품목으로 제한했다.

그렇다면 이들 품목이 환급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품목수가 3가지라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제도 도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연간 최대 환급규모를 100억원으로 못 박아 버렸다.

환급규모를 제한시키다보니 품목수를 많이 늘릴 수 없었다는 얘기다. 또 이들 3개 품목이 택시, 전세버스와 달리 개별관광객이 많이 이용하고 카드 결제가 많아 환급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선정이유로 작용했다.

제주도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전세버스 이용객의 95%가 여행사가 모객한 단체관광객”이라며 “환급을 하게 된다면 여행사에게 할 것인지, 개별 단위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우리업종이 대상품목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정대상에서 탈락한 업종은 허탈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택시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비율이 20%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만약 (환급대상) 우리가 선정됐다면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는데 탈락해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도 세정과 관계자는 “일단 환급규모가 정해진 것이 품목을 못 늘린 가장 큰 이유”라며 “3년간 한시적이긴 하지만, 추후 대상품목을 늘려나가는 것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효과를 높이려면
현재 제주도는 향후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조세특례제한법령 개정안을 마련중이다. 조세특례제한법령 개정안에는 부가세 감면방식, 환급대상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도는 관광객이 제주도로 들어오거나 나갈 때 신용카드 내역 중 제주에서 구매한 물품을 확인한 후 신용카드 회사가 해당금액의 부가세를 감면해 주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이에 대해 관광업계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해, 부가세 도입제도의 혼란을 줄여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희현 제주도의원(민주당·문화관광위원회)은 “환급품목이 축소돼 도내 관광업계는 이번 제도도입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단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가)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제도의 이점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가, 품목을 어떻게 늘려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해야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가 이제와서 환급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뒤 늦은’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년이란 시간이 있었음에도 여행사가 모객한 단체관광객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환급해줄 것인지 대해서 제주도가 명확한 절차를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라며 “업계의 의견을 미리 들어 도입과정의 혼선을 줄여나가야 했다”고 꼬집었다.

환급품목에 선정된 토산품·기념품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도내 판매되고 있는 상품이 쥬얼리, 인형, 하회탈, 장난감, 볼펜 등 육지에서도 구입할 수 있거나 생산지가 불분명하다보니 관광객들에게 매력을 끌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제주여행을 기념할 수 있는 상품을 원하지만 정작 판매되는 상품은 이들의 욕구와 거리가 먼 셈이다.

단순히 부가세 환급만으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수 없다. 때문에 제도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관광기념품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 및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등 콘텐츠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상민 기자 ghost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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