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붉은발말똥게’ 이동추진…공사강행으로 이미 서식지 파괴
원형보존 약속과 달라 비판…조명 못받는 다른 동·식물도 문제

붉은발말똥게. 학명 ‘Sesarma intermedium'.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II급. 육상게로 알려진 이 종은 순천만지역에만 서식한다고 공식 보고됐지만, 부산(영도해안)에서 그 서식처가 처음 발견됐다. 갑각과 다리의 붉은색이 매우 아름다워 추후 양식을 통해 애완용동물로 그 산업적 이용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출처 <환경부>).

붉은발말똥게.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계·생명파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강정 해안에서 대량 서식하는 ‘붉은발말똥게’가 콘크리트와 굴삭기 앞에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해군은 ‘붉은발말똥게’ 서식지 이동을 추진하고 있다. 해군기지 예정 부지내 곳곳에 통발을 설치해 붉은발말똥게 포획작전에 나섰다. 해군은 약천사 밑 냇가로 포획한 붉은발말똥게를 옮길 계획이다.

문제는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지역에서도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한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레미콘과 굴삭기 차량이 지나는 곳에서도, 거대한 테트라포트로 덮인 땅 밑에서도 붉은발말똥게가 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제주해군기지예정지 희귀동식물분포조사현황’을 보면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 전체가 사실상 ‘붉은발말똥게’ 서식지다.

특히 5월 초는 붉은발말똥게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활발히 물 밖으로 나오는 시기다. 하지만 공사차량과 각종 콘크리트에 붉은발말똥게는 활동은 커녕 꼼짝없이 생명을 잃게 생겼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현재 테트라포트 등이 생산되는 공사현장도 붉은발말똥게 서식지”라며 “해군은 서식지를 옮긴다면서도 이미 공사를 통해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현장 전체가 실상 '붉은발말똥게' 서식지다. 제주해군기지예정지 희귀동식물분포조사현황.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이는 해군이 기존 도민사회에 했던 약속과 어긋난 조치다.

해군은 지난 2009년 제주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 심의에서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지를 원형 보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은국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은 “구럼비 해안은 절대보전지역이고, 해군이 수변공원을 조성해 원형을 최대한 보존키로 예정한 곳”이라며 “붉은발말똥게의 서식지를 최대한 원형보존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서식지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사후 영향조사를 해서라도 확실하게 보호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강정마을 주민들로부터 “해군의 붉은발말똥게 서식지 이동추진은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주민들은 “공사를 통해 훼손한 붉은발말똥게 서식지를 나몰라라 하는 것이 원형보존인가”라고 성토했다.

더 큰 문제는 붉은발말똥게를 제외한 동·식물들의 파괴다. 그나마 붉은발말똥게는 보존의 시급함을 인정받아 서식지 이동이 추진되고 있다. 그 외 동·식물들은 보존의 중요성을 조명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생명을 해군기지 공사에 내줘야 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군기지 예정지 내에 분포된 희귀동식물로 붉은발말똥게와 함께 동남참게와 층층고랭이 등도 제시했다.

이화자 제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붉은발말똥게 뿐만 아니라 강정에 서식하는 모든 동·식물의 생명이 중요하다”면서 “공사로 인해 피해를 입을 많은 동·식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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