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모 지지하는 영화인모임’ 강정 해안에서 폭우 속 기자회견
“평화와 생명 굴삭기에 잠기고 있다”…회견 앞서 양윤모 면회도

‘양윤모를 지지하는 영화인 모임’은 11일 오전 해군기지 공사현장인 강정 구럼비 해안에서기자회견을 갖고 “단식중인 양윤모 평론가를 즉각 석방하고 해군기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폭우 속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임대표인 정지영 감독(<남부군>, <하얀전쟁> 등)은 회견문을 통해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제주도, 그 남쪽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굴삭기에 의해 한 삽 한 삽, 우리의 역사에서 평화를, 세계의 역사에서 생명을 상징하는 바로 그 곳이 조금씩 바다 속에 잠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감독은 “4·3의 학살을 거치고 얻은 평화의 땅, 정부의 개발 외면을 감내하고 얻은 생명의 땅, 이제 그 땅을 평화와 파괴,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몹쓸 곳으로 만들려고 작정하고 나선 자들 때문”이라며 “참으로 미친 정부고, 몹쓸 해군”이라고 비판했다.

정 감독은 “해군기지가 왜 강정이어야 하는지 이유는 있지만 근거가 없다”며 “4대강 유린을 몇 년째 지켜보면서 똑같은 일방적, 강압적, 자연파괴적, 건설자본 친화적 행태만 자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에게 멸종위기종과 많은 특산종이 서식하고, 바다갈라짐이 하루에 두 번씩 일어나 일명 ‘섬 속의 섬’이라 불리는 강정마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긴 세월 이어온 주민의 삶과 미래는 애초에 격파 대상일 것”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양윤모 평론가의 단식에 대해 정 감독은 “양 평론가는 구속 후 지금까지 36일째 목숨을 건 단식으로, 미처 다 못한 절규를 토해내고 있다”며 “우리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현재를 조롱할 역사고, 우리의 소중한 동지가 목숨을 잃을까 하는 폭발할 것 같은 분노”라고 밝혔다.

이어 “강정마을이 파헤쳐지고 앞바다가 매립돼 야기될 치명적 환경파괴, 주민의 절단된 삶 그리고 제주에 드리워질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라며 “강정 주민과 제주도민 그리고 국민의 박탈감이요, 암울한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할 말이 있다면 양윤모 선생의 말을, 강정마을 주민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일 뿐”이라며 “이 뜻을 함께 하는 것이 영화·문화예술인의 사명임을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굳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환경대책은 물론 주민의 동의라는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해군기지 건설을 정부와 해군이 철회할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함께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김동원(<송환> <상계동 올림픽> 등), 김경형(<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조진규(<조폭마누라> 등), 임순례(<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정우철 감독(<사랑이 무서워> 등), 조성봉(<레드 헌트> 등) 감독이 참석했다. 최진욱 영화산업노조 위원장과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낭희섭 독립영화협회 대표, 오주연 제주영화제 사무국장 등도 자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오전 9시 해군기지를 반대하며 40일 가까이 옥중단식을 이어가는 양윤모 영화평론가를 공식면회했다.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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