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힘든 결심
도내 입양 점점 감소 관심 절실
지원책 미비 양육 권리 보장해야

[입양의 날] 5월11일은 ‘1가구 더하기 1아동’ 입양의 날이다.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입양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가슴으로 낳은 사랑
김준희씨(55·여·가명) 부부는 7~8년전 두 아이를 가슴으로 낳았다. 부부는 연을 맺으며 자식은 낳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 부부는 이미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김씨는 우연히 찾은 아동복지센터에서 만난 두 아이의 모습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후원금만 내밀고 돌아선 그날 이후 그녀는 내 아이를 남의 집에 맡기고 온 것 마냥 안절부절했다.

결국 부부는 ‘입양’을 결심했고, 예쁜 두 아이의 엄마·아빠가 됐다. 부부는 이제 7살·11살이 된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기를 망설였던 시간을 후회할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부부 역시 입양 결심이 쉽지많은 않았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부부의 결심을 흔들었다. 김씨는 “주변에선 재혼 전 낳은 자식도 못 키우면서 입양한 아이는 어떻게 키우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고 했다.

입양 후에도 부부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것 역시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핏줄’에 대한 인식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입양 가정’이라는 주변 시선에 혹여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부부의 가장 큰 걱정이다.

△입양은 “어렵다”
입양을 고민하거나 결심하는 사람들은 “입양은 아름답지만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한다.

입양에 대한 선입견에 입양 지원 여건마저 열악해 선뜻 결심을 하기 어렵다. 특히 제주는 지역문화적 특성 탓에 입양이 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저조하다. 공개 입양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제주도의 도내 입양아동 현황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도내 입양아동은 지난 2007년 11명, 2008년 12명에서 지난해 5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00년 17명, 2001년 19명, 2002년 18명 등 2000년 초반 실적을 감안하면 최근 수치는 급감했다.

입양 감소에는 경기불황·여아선호·사회적편견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요인은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부족하다는 문제다.

현재 제주의 입양지원책은 정부 일괄 지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에서는 13세 미만 아동을 입양할 경우, 입양수수료를 면제하고 매달 10만원 상당의 양육 수당을 지급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 입양 가정 보육료 지원 등을 제도화하고 있다.

입양을 돕는 교육 및 관련 기관조차 설립된지 25년여가 지난 홍익아동복지센터 단 1곳뿐이다.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아동 입양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아동 입양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까다로운 절차도 입양 부모의 선택을 가로막는다. 다른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미 이름이 올려진 아이를 입양할 경우 친양자 제도에 따라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입양기관이 친부모의 친권포기가 담긴 입양동의서를 제출해도 재판과정을 통해야만 아이의 성이나 이름을 바꿀 수 있다. 
 
△‘싱글맘’에 양육의 권리를
입양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의식과 맞닿아 있는 치부다. 입양은 미혼모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암묵적 인식이 이를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입양 장려 이전에 미혼모의 양육의 권리를 보장하는 게 근본적 대안이라고 제시한다. 국내 입양 활성화나 입양법의 개선 보다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미혼모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입양의날에 ‘싱글맘의날’이 열리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10대와 성인기를 막론하고 자녀를 양육하기로 결정한 미혼모들은 일정기간 자녀돌봄의 시간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해 주는 분위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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