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 긴장감 가득…평화운동가 레미콘 차량 막아서
송강호 목사 경찰에 연행…“강정 절대보전지역만은 지켜야”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을 하루 앞둔 9일. 부처가 전했던 ‘화합·평화·자비’의 정신이 무색하게 강정 마을에서는 또 다시 공사강행에 따른 물리적 충돌의 긴장감이 가득찼다.

하루종일 내리쬔 햇볕으로 초여름 날씨를 보였던 제주시와 달리 서귀포시는 오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비 날씨에도 강정마을 공기는 매우 후덥지근했다. 공기를 메운 습기 탓이다.

징검다리 연휴로 제주를 찾은 올레꾼들이 시시각각 해군기지 공사현장 앞을 지나는 와중에도 공사업체는 레미콘 차량을 이날 오전부터 공사현장에 진입시켰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공사업체가 시멘트 블록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레미콘 차량을 진입시켰다”고 밝혔다.

레미콘 차량 진입소식에 주민들과 평화운동가 10여명이 공사현장 입구를 막기 시작했다. 오전 10시경 강정 중덕해안으로 이어지는 공사현장 입구를 10여명의 주민과 평화운동가가 지켰다.

레미콘 차량 2대가 현장으로 들어가려 하자 평화운동가 최성희씨가 차량 앞에 드러누웠다. 공사현장 관계자들과 주민들의 실갱이가 다시 벌어졌다.

진입이 어려워지자 공사업체는 레미콘 차량의 방향을 해군기지 현장사무소 방향으로 틀었다. 현장사무소와 공사현장을 연결하는 길을 통해 레미콘 차량을 들여보낼 생각이었다.

이를 선교단체 ‘개척자들’의 송강호 목사가 막아섰다. 송 목사 역시 차량 앞에 앉아 진입을 저지했다. 레미콘 차량 세 대가 진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사관계자들과 몸싸움 끝에 결국 서귀포경찰서가 신고를 받고 현장정리를 위해 출동했다. 경찰들은 오전 11시10분경 송 목사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강동균 회장은 연행에 즉각 반발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강 회장은 “공사를 강행하면 모든 주민들이 나서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주민은 “현재 주민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면서 “현장을 지키는 주민들은 몇 명 없어보이지만 사실 많은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미 속이 너무 상해 현장을 오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은 “공사강행에 따른 토지 강제수용 등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주민들이 많다”며 “이대로 공사를 강행하면 주민들은 더 크게 해군기지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은 앞으로 공사현장에 진입하는 레미콘 차량을 막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최성희씨는 “이미 공사현장에 너무 많은 테트라포트(tetrapod·방파제를 건설할 때 사용하는 뿔모양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일명 삼발이)가 만들어졌다”면서 “테트라포트는 절대보전지역인 강정 바다를 메우는 데 쓰인다. 공사를 저지하지 못하면 해군기지 건설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레미콘 차량은 더욱 많은 테트라포트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현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강정 절대보전지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저지에 9일 공사는 일단 멈춰섰다. 공사업체는 이날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10일부터 다시 공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리적 충돌의 긴장감은 ‘현재 진행형’이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일단 오늘 공사는 중단한다”면서 “하지만 10일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를 진행하면 다시 주민들이 막을 것으로 안다. 그래도 공사는 진행해야 한다”며 “문제해결의 열쇠를 가진 해군 등이 가만히 있으니 우리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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