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을 막기위해 5년째 피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섰다. 안보를 내세운 국가공권력의 일방통행을 주민들만으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현실 때문이다.
강정마을회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간절히 드리는 호소문’에는 구구절절 마을주민들의 절박한 심경이 담겨있다. 국가안보를 빙자해 천혜의 자연환경과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며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국가공권력의 횡포를 막아내는데 국민들이 힘을 모아주지 않으면 주민들만 희생된채 끝장나고 말것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죄없는 도민들이 집단학살된 ‘4·3’의 비극을 교훈삼아 생명평화의 땅으로 거듭나야 할 제주가 해군기지 강행으로 ‘제2의 4·3’과 같은 한과 아픔이 재연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더불어 “제주땅에서 스러져가는 생명평화의 불씨가 다시 피어날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전국화된 해군기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권 5당이 국회차원에서 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은 강정마을 주민들과 단식투쟁을 벌이는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장을 비롯한 시민활동가 등의 힘겨운 노력의 결과다. 원혜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강기갑 전 민노당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중진들이 참여한 진상조사단은 강정마을 현장진상조사와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문제 해결방안을 찾는다고 한다.

누리꾼들도 ‘국가안보라는 거짓말과 주민 교란 술수로 시작된 해군기지를 바로 알아야 한다’며 전국적인 이슈로 끌어올리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국가안보상 반드시 필요하고 △적정하고 민주적인 입지 선정이 이뤄져야 하며 △법과 절차를 준수하고 △평화의 섬과 양립 가능해야 하지만 어느 하나 해당되지 않는다며 예리한 시각으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있음이 주목된다.

반면 ‘윈 윈’ 해법을 노래했던 제주도정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안에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계획’ 지원근거가 포함됐음을 강조하며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무개념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갈등해결에 ‘총대’를 매겠다던 제주도사회협약위원회도 시늉만 하다 흐지부지됐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법적 효력을 얻지못한 강정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의결을 했던 도의회도 해군기지 공사강행으로 극에 달한 정부·해군과 주민들간 갈등에 손을 놓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침묵하고 있는 것이 도민사회의 현실이자 ‘수준’이다.

문제 해결 ‘키워드’ 정당성
본보가 거듭 지적한바 있지만, 해군기지 문제의 근원은 정당성의 결여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정당성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국가안보라는 정부와 해군의 일방적인 주장외에 정부가 지정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동아시아 신냉전을 격화시킬 해군기지를 만들어야 할 어떤 정당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이 문제의 근원이다.

정부와 해군은 국가안보를 내세우면서도 현존하는 구체적인 위협요소가 무엇인지 강정마을 주민들과 도민들에게 설명한 적이 없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거쳐 국방부가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통해 ‘대양해군’의 기치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군기지가 해군의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07년 12월 국회가 예산을 승인한 것은 해군기지가 아니라 ‘크루즈선박이 이용할수 있는 민항을 기본으로 해군이 필요한 경우 일시정박해 주유나 물자 구입 등을 할수 있는 민군복합형 기항지’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입지선정과 추진과정 등의 절차적 문제를 인정했다는 점도 정부와 해군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강정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하고, 유네스코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자 문화재보호구역인 연산호 군락지대 코앞에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면서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올 인’하는 ‘생각없음’ 을 탓하는 것도 입이 아플 지경이다. 해군기지 문제 해결의 ‘답’은 잘못을 바로잡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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