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vs 체포왕 vs 소스코드

# 써니
감독 - 강형철
주연 - 유호정, 진희경, 심은경
상영시간 - 124분
장르 -드라마 코믹
줄거리 및 관람포인트 - 전라도 벌교 전학생 나미는 긴장하면 터져 나오는 사투리 탓에 첫날부터 날라리들의 놀림감이 된다. 이때 범상치 않는 포스의 친구들이 어리버리한 그녀를 도와준다.

그들은 진덕여고 의리짱 춘화,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 욕 배틀 대표주자 진희, 괴력의 문학소녀 금옥,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4차원 복희 그리고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다.

나미는 이들의 새 멤버가 돼 경쟁그룹 ‘소녀시대’와 맞짱대결에서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사투리 욕 신공으로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대활약을 펼친다. 일곱 명의 단짝 친구들은 언제까지나 함께 하자는 맹세로 칠공주 ‘써니’를 결성하고 학교축제 때 선보일 공연을 야심차게 준비하지만 축제 당일,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로부터 25년 후, 잘 나가는 남편과 예쁜 딸을 둔 나미는 ‘써니’ 멤버들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데뷔작 <과속스캔들>로 전국 8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제주출신 강형철 감독이 2년만에 내놓는 영화다. 개인기가 화려한 대스타를 찾을 수 없지만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와 다채로운 문화·시대적 풍경, 다양한 캐릭터의 배분 등 조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한국의 80년대는 이미 영화에서 많이 다뤄진 시대배경이지만, 여성들의 성장통을 이 시대에 대입해 만든 영화는 드물다. <말죽거리 잔혹사> <친구> 등 우리는 늘 혈기 하나만 믿고 80년대와 ‘맞짱’뜨려다 시대의 권위에 고꾸라진 상처입은 남성상을 봐왔다. <써니>에서는 남성 못지 않게 상처를 입으며 자란 한국여성들을 중심에 놓는다.

그래서 강형철의 <써니>는 지금까지 한국영화에 등장한 80년대와는 다른 관점의 영역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많은 여성캐릭터가 필요한 만큼 많은 신인 여배우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이 즐겁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유호정·진희경씨도 반갑다. 두 여배우 역시 영화 설정과 유사하게 자신의 과거 전성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듯 하다.

8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노래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보니엠의 <Sunny>를 비롯해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 나미의 <빙글빙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등이 등장한다.

# 체포왕
감독 - 임찬익
주연 - 박중훈, 이선균
상영시간 - 144분
장르 - 코미디, 액션
줄거리 및 관람포인트 - 오로지 실적 좋은 놈만이 대접받는 무한경쟁시대. 구역이 붙어있는 마포서와 서대문서는 사사건건 비교당하는 탓에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반칙의 달인으로 악명을 떨치는 마포서 팀장 ‘황재성’(박중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잡고 보는 검거 실력으로 실적 1위를 달리고, 그를 이기기 위해 서대문서로 입성한 신임 팀장 ‘정의찬’(이선균)은 경찰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오자마자 잡은 날치기범을 ‘재성’에게 날치기당해 실적을 깎아먹는다.

하지만 실적 1등도 꼴찌도 피해갈 수 없는 타이틀이 있었다. 그것은 ‘올해의 체포왕’. 경찰대 출신이 아닌 ‘재성’은 승진을 위해, 속도위반으로 예비아빠가 된 ‘의찬’은 포상금 때문에 반드시 ‘체포왕’이 돼야만 하는 절실한 상황. ‘재성’과 ‘의찬’은 ‘체포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뺏고 뺏기는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제주출신 임찬익 감독의 데뷔작이다. 역시 제주출신인 <써니>의 강형철 감독과 함께 같은 날에 개봉하게 됐다. 특히 두 사람은 대기고 2년 선후배 사이다.

두 명의 라이벌 형사와 경찰조직, 범죄와 삼각관계는 이미 영화에서 흔해 빠진 설정이다. 형사역에 익숙한 박중훈의 출연만으로도 안성기와 함께 연기한 <투캅스>가 절로 떠올려진다.

이를 감안한 듯 <체포왕>은 이전 작품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같은 경찰 내 형사가 아닌 라이벌 경찰서를 대표하는 두 형사의 분투기를 설정으로 내세웠다.

실적을 높이기 위한 두 형사의 눈물겹고 억지스런 ‘체포활동’이 주된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주연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조연들의 코믹 연기도 믿음직하다. 영화가 끝까지 코믹만으로는 밀어붙이진 않기에 감정선이 제대로 연결될 수 있을까란 걱정도 든다.

코믹으로 흐르다 난데없이 휴먼드라마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큰 영화여서 이전 유사한 설정의 영화들과 차별성이 있는지 되물어야 할 듯 싶다. 아무래도 주·조연들의 개인기에만 버티기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 소스 코드
감독 - 던컨 존스
주연 - 제이크 질렌홀, 미셸 모나한
상영시간 - 93분
장르 - 액션, 블록버스터, SF
줄거리 및 관람포인트 - 콜터 대위는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호출된다. 그는 시공간 이동 기밀 시스템인 ‘소스 코드’로 과거에 접속해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으로 들어가 폭탄을 찾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 임무가 성공해야만 6시간 뒤로 예고된 시카고를 날려버릴 대형 폭탄 테러를 막아 미래를 구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직감을 이용해 사건의 단서와 용의자를 찾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8분. 소스 코드를 통한 미래와 피할 수 없는 전면전이 시작된다.

<소스 코드> 미국 개봉 전부터 영화 전문지 ‘엠파이어’가 ‘지금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영화 TOP 10’에 선정했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면서 범인을 잡는다는 설정에 흥미를 꽤 끌고 있다.

<소스 코드>는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조각을 차근차근 맞추며 촘촘하게 극을 구성한 노력이 엿보인다. 이를 통해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자유가 대립하는 상황을 도출시킨다.

상업적 목적을 앞세운 SF블록버스터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다른 시·공간에 처한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건네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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