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때부터 가수생활 시작…15년전 칠성로에서 옷가게 열어

당신의 오늘은…‘쇼킹걸’ 이정원씨
제주의 패션1번지로 꼽히던 칠성로 의류상가가 기나긴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산지천 쪽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지 오래다. 하지만 여성복점 ‘쇼킹걸’은 아직도 승승장구다. 오히려 최근에 점포를 확장했을 정도.

이정원씨(57)는 15년 친구에게 칠성로에 있는 의류점포를 인수해 ‘쇼킹걸’이라는 가게 이름을 짓고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다. 옷가게를 시작하기 전 그녀는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다. 중학교 2학년때 시작한 가수생활은 40대까지 계속됐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팝송을 따라 불렀죠. 당시 어머니가 식당을 하셨는데 ‘이 집 딸이 노래를 잘한다’는 소문이 나서 가게만 가면 손님들이 노래를 불러보라고 성화였어요. 그래서 노래를 한번 부르고 나면 주머니가 두둑해질 정도로 용돈이 많이 들어왔죠”

딸의 재능을 키워주고 싶던 어머니는 그녀를 여러 음악학원에 보내며 실력을 기르도록 했다. 마침내 그녀는 중학교 2학때 TBC 오디션에 합격해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전국은 물론이고 외국을 수시로 나가며 공연활동을 펼쳤다. 이때문에 아직 학생이었던 그녀는 1년에 6개월정도밖에 학교에 못나갈 정도였다고. 그리고 마흔이 되면서 20여년의 가수생활을 정리했다.

“결혼을 일찍해서 두아이를 낳았는데 엄마가 외국에 나가거나 밤에 공연할 때가 많으니 할머니들의 손에 커야 했어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일반적인 주부들처럼 아이들 키우며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40살까지만 노래를 부르자고 결심했죠”

가수생활을 정리한 초기에는 각종 행사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다시는 노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옷가게를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때만 하더라도 칠성로 의류상가는 날마다 손님들이 넘쳤다. 당시의 점포 월세가 오히려 지금보다 비쌀 정도라고. 그러나 인근의 아파트가 철거되고 줄지어 있던 상점들이 사라지면서 상권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지금과 비교가 안돼요. 그래도 지금까지 장사하고 있는 것은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덕분이에요. 꼭 옷을 사러오지 않아도 그냥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오랜 가수생활도 옷장사도 모두 자신에게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랜 가수생활을 그만둔 것에 대한 후회나 미련도 전혀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단지 노래방을 찾지 않을 뿐이다.

“돈을 받고 노래를 부르던 제가 받지는 못할 망정 기계에 돈을 내고 노래를 부를순 없잖아요? 또 라이브 연주에 따라 노래를 부르다가 기계음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것도 성에 차지 않죠. 간혹 가까운 사람들이 내 노래가 꼭 듣고 싶다고 하면 서비스 차원에서 불러주는 경우가 있기는 해요”(웃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가게를 칠성로의 사랑방이라고 부른다. 아무때고 찾아가서 함께 차를 마시고, 인생에 대한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함께 웃는다. 그래서 그녀의 소망은 칠성로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칠성로 상점들이 너무 많이 비어서 안타깝죠. 특히 장사를 하러 온 사람도 1년을 못버티고 손들고 나가버릴때가 제일 안타까워요. 옷가게를 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은 견뎌야 하는데…. 누구든지 장사를 위해 새롭게 들어오면 정말 잘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칠성로의 웃음소리도 더 커지지 않겠어요”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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