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4 참패는 ‘괴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50)의 말문도 닫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3일 밤 11시(한국시간)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벌어진 독일과의 2010남아공월드컵 8강에서 소나기골을 얻어맞으며 0대4로 대패, 탈락했다.

4년 전, 패배를 설욕하려 했던 마라도나 감독은 복수는커녕 평생 잊을 수 없는 치욕적인 패배와 함께 짐을 쌀 신세가 됐다.

독일전 패배는 생각보다 강한 충격을 안겼다. 1990이탈리아월드컵 결승에서 자신과 아르헨티나의 앞길을 막았던 독일(당시 서독)이 다시 한 번 훼방을 놓았기에 더욱 그랬다.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4연승을 질주하던 아르헨티나의 강력한 모습은 없었다.

0대1에서 0대2, 다시 0대3으로 점수 차가 벌어질수록 마라도나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고 선수들을 독려하거나 화끈하게 항의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라도나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철부지의 모습도 없었다.

마라도나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해괴한 행동과 어른답지 못한 모습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쇼맨십 강한 인물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를 앞둔 상대팀 감독, 선수들과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펠레(70·브라질), 미셸 플라티니(55·프랑스) 등 세계적인 축구 영웅들과의 말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지난해 남미예선에서 부진 끝에 4위로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턱걸이하자 팬들의 맹비난을 받아야 했다.

당시에는 “그동안 나를 비난했던 이들은 저주받아 마땅하다”며 욕설을 퍼부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마라도나 감독은 경기 후 “누구나 0대4로 지는 경기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독일)은 그들의 찬스를 모두 살렸다”며 “거취는 가족들 그리고 선수들과 논의한 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 참패해 감독직 유지가 불투명해진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나는 내일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선수들은 계속해서 그들이 누구이고 아르헨티나 축구는 어떤 것인지 입증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는 “내 후임자가 누가 되든지 지금처럼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며 독일전 참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도 방향은 옳은 것이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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