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538원 지난해 절반수준 “인건비도 못건져”
한농연, 최저생산비 지원 조례 등 근본대책 주문

올해 출하되는 조생양파 값이 폭락하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평년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는 농업단체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재배농가들은 “이러다 모두가 죽는다”며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에서 조생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강원홍씨(49)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이 일대에서 약 9900㎡(3000평)을 일구고 있는 강씨는 “인건비도 못 건질 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심경을 어찌 설명하겠냐”며 “일손이 모자라 인부를 불러서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데 1명당 6만원을 준다. 20명 정도니까 하루 120만원이 나가고 있는데, 양파 가격은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고 토로했다.

농협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25일 제주산 조생종 양파의 가락시장 경락가격은 상품 기준으로 1㎏당 538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00∼1200원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14일에는 1㎏당 42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당초 농협은 올해 실시한 자체 조사를 통해 제주지역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하고, 육지부는 작황이 불량해 제주양파 출하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산지유통 및 저장상인들이 양파 저장물량을 제때 방출하지 않았고, 이 재고물량 방출시기와 조생 양파 출하시기가 겹쳐 가격에 악영향을 끼쳤다. 평년 같으면 4월중순부에 마무리됐어야 할 저장양파 출하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수입물량을 늘린 정부의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 정부는 지난 2~3월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업자들이 1만t, 농산물유통공사가 5000t 등 총 1만5000t의 양파를 긴급 수입해 시장에 풀었다.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이었지만 결국 제주지역 농가를 잡은 형국이됐다. 특히 다음달 중순 부터 출하되는 중만생종가격도 폭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씨는 “지난 2월쯤 포전거래를 했을 당시 3.3㎡당 1만원이었다. 때문에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데 정부가 수입양파를 시장에 풀어버려 가격에 악영향을 미쳤다. 저장양파와의 경쟁을 피하려 출하시기를 늦췄지만 이마저도 소용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강씨는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제주도와 도의회는 무엇을 하는가”라며 반문한 뒤 “7대자연경관 홍보에만 혈안이 돼 농심은 헤아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사)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이날 도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한농연은 “조생양파 가격은 3∼4년에 한번꼴로 폭락하고 있다”며 “생산비를 기준으로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조생양파 최저생산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라”고 제안했다.

양동길 한농연 사무처장은 “가격이 폭락하면 도민들이 양파를 사주고, 그때 그때 한시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며 “언제까지고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는 없지 않느냐.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돼야한다고 생각해 조례 제정을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사무처장은 “지금의 농산물 가격은 상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조례안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유통구조를 개선함과 동시에 품목별로 최저생산비를 산정해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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