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곶자왈 보전·관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법과 제도가 무분별한 개발에 면죄부를 주면서 오히려 곶자왈 훼손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본다.

제주도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지하수·생태계·경관 보전을 위해 관리보전지역을 지정하고, 지난 1997년 중산간지역과 2001년 도전역에 걸쳐 구축된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토대로 등급별로 행위제한을 하고 있다. 그런데 도 전역 GIS를 토대로 관리보전지역 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해발 200~600m의 중산간지역과 해발 200m이하의 지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 중산간지역 지하수·생태계·경관보전지구 상위등급 면적이 축소되고 행위제한도 완화됐다.

특히 지하수 함양과 독특한 식생 등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곶자왈이 생태계 3등급, 지하수 보전지구 2등급으로 분류돼 1차산업용도로 3만㎡이하, 기타시설로 전체면적의 30%이하까지 형질변경이 가능해졌다. 또 하수관거에 연결하거나 자체 처리시설을 갖추면 생활하수 발생시설에 제한을 두지않아 훼손에 면죄부가 되는 꼴이다. 이로인해 블랙스톤·한라산리조트·세인트포를 비롯한 골프장과 신화역사공원·영어교육도시 등 개발사업, 채석장 등으로 곶자왈이 무방비로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1일 곶자왈사람들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주최한 ‘올바른 조례 제·개정토론회’에서 곶자왈의 가치와 특성을 감안해 생태계·지하수 보전지구 등급을 상향조정하거나, 행위제한을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지질특성과 문화·생태적 가치를 고려한 정의 수정과 보호지역 지정 및 완충지역 설정, 보호지역내 행위제한과 훼손행위 중지·원상복구명령 규정 신설 등도 바람직하고 필요한 방안이라고 본다.

곶자왈 보전을 위한 도의 철학과 의지가 더욱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제주도의회에서 부결된 곶자왈 보전·관리 조례안을 사실상 그대로 입법예고하는 행태로는 곶자왈 보호는 말잔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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