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경관 선정하는 ‘뉴세븐원더스재단’ 실체와 상업마케팅

7대경관 선정 이벤트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선정 주체의 공신력에 대한 의혹과 함께 투표방식도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다. 불확실한 ‘경제효과’를 운운하며 막대한 혈세와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최근 누리꾼들(트위터 아이디 ‘AF1219’ ‘pythagoras0’ ‘netroller’)이 이를 공론화한 문서를 공개해 온라인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 등 7대경관 선정 투표를 ‘국가아젠다’로 삼아 범국민적 캠페인을 벌이는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 언론이 보도한 N7W재단>
국내에 알려진 N7W재단에 관한 정보는 재단 웹사이트에서 ‘퍼온’ 내용이 전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누리꾼들이 재단에 대한 세계 각국 언론보도 내용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더타임즈>에 따르면 N7W재단은 2007년 ‘신 세계7대 불가사의’ 선정 당시 유료 전화투표는 무제한 허용하면서 무료 인터넷투표는 1인당 1회만 허용했다. 만일 중복투표를 할 경우 2달러를 결제해야 가능토록 했다.

미국 <LA타임즈>는 7대 불가사의 선정에 1억명 이상이 전화·인터넷투표를 실시했다는 N7W재단 측 주장에 중국(만리장성)·인도(타지마할)·브라질(그리스도상)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의 집단적 몰표로 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인도의 경우는 N7W재단에 대한 언론보도가 구체적이었다. 인도 영자지 <더파이오니어>는 ‘타지마할’을 7대 불가사의에 끼워넣기 위한 N7W재단과 통신회사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고발했다.

<더파이오니어> ‘7대 불가사의 선정은 돈벌이 책략’(2007년 6월16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도 국영 통신기업인 바랏산차르니감(BSNL)은 온모바일 회사와 계약을 맺어 전화투표 단축번호인 ‘12555’를 받았고 수익의 60%를 가져갔다.

투표할 때마다 ‘버나드 웨버’와 그의 영리기관인 ‘NOWC’(수익의 40%)가 점점 부자가 되어 간다는 진실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도 TV방송들은 시청자들에게 타지마할을 위해 SMS(단문메시지)를 통해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이같은 보도 내용은 최근 KT와 계약을 통해 문자투표 개발, 단축번호 제공으로 전화비를 10분의 1로 낮춰 부담을 줄였다는 제주도의 주장이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N7W재단이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였다.

<N7W가 발표한 관광효과 분석>
세계7대 자연경관에 대한 핵심 논쟁은 N7W재단의 실체와 선정 후 경제효과로 나눠볼 수 있다.

N7W재단은 버나드 웨버의 영리회사 ‘뉴오픈월드코퍼레이션’(NOWC)이 기업후원금, 방송수익금, 전화투표 수입, 라이센싱 등의 수익을 통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로만 ‘비영리’를 앞세운 재단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유엔 산하기관인 유네스코(UNESCO)는 N7W재단의 수차례 협조 요청에도 세계의 자연유산이나 유물을 이용한 상업적 행태에 거부의사를 보내기도 했다. 유엔협력사무국 역시 파트너십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UN의 공식파트너 여부는 중요치 않으며 어차피 N7W재단은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공신력 논란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하지만 선정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머어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효과에 대한 근거 요구에도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 측은 명쾌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근민 지사의 “경제효과 1조원 이상” 발언과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의 “선정시 70~80% 관광객 증가”는 모두 N7W재단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N7W재단의 자료는 신빙성이 있을까. 최근 누리꾼들(트위터사용자 ‘AF1219’ ‘pythagoras0’ ‘netroller’)이 N7W재단의 경제효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해 흥미를 더하고 있다.

N7W재단은 “신 7대 불가사의’ 선정 이후 그리스도상(브라질) 방문객이 30% 증가했다”며 브라질 ‘JB Online’을 인용해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하지만 브라질관광청에 따르면 관광객수는 △2006년 501만7000명(전년대비 6.4%감소) △2007년 502만6000명(0.2%증가) △2008년 505만명(0.5%증가)이다.

N7W재단과 추진위 주장대로라면 그리스도상에 대한 홍보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해외 관광객수가 급증해야하지만 공식적인 자료에는 이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2009년 이후에는 관광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추진위가 발표한 N7W재단 웹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페루 마추피추는 관광객 70% 증가, 요르단 고대도시 페트라 62%, 멕시코 마야유적 75%의 관광객이 늘었다. 이는 해당국가 언론매체 보도를 인용한 것처럼 게재했지만 원문은 찾을 수 없다.

트위터사용자 ‘AF1219’은 “N7W재단 웹사이트에 조차 원문링크가 없는 것들”이라며 “심지어 언론매체가 ‘예측’한 수치를 ‘사실’로 왜곡한 사례도 발견됐으며 멕시코 치첸이사의 경우 0.1~5.9% 관광객 증가 통계자료가 버젓이 있는데도 75%라고 속였다”고 꼬집었다.

<28곳 후보지 ‘내맘대로’ 확정>
N7W재단은 ‘7대 불가사의’ 이벤트가 끝난 직후 2007년 7월부터 1년 5개월간 ‘7대 자연경관’ 후보지 261곳을 선정했다. 또 7개월간의 시간을 보태 77곳으로 추렸고 이후 자신들이 만든 ‘전문가패널’에 의해 2009년 7월 최종 28곳 후보지를 확정했다.

아마존(브라질) 앙헬폭포(베네수엘라) 펀디만(캐나다) 검은 숲(독일) 부티나군도(UAE) 모허절벽(아일랜드) 사해(이스라엘) 엘윤케(푸에르토리코) 갈라파고스(에콰도르) 그랜드캐니언(미국)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호주) 하롱베이(베트남) 이구아수 폭포(아르헨티나) 제이타 동굴(레바논) 제주도(한국) 등이다.

또 킬리만자로(탄자니아) 코모도국립공원(인도네시아) 몰디브(몰디브) 마수리안 호수(폴란드) 마터호른 산(이탈리아·스위스) 밀퍼드사운드(뉴질랜드) 진흙화산(아제르바이잔) 푸에르토프린세사(필리핀) 순다르반스(방글라데시·인도) 테이블산(남아공) 울루루(호주) 베수비오(이탈리아) 위산(대만)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종 후보지 28곳이 투표가 아닌 재단이 조직한 전문가 심사로 확정했다는 점이다. 또 상당수 후보지들이 인구가 많은 후진·개도국을 포함한 사실도 눈여겨 볼만하다.

N7W재단에 따르면 2009년 초 77곳의 후보지에 포함된 불가리아의 ‘벨로그라칙’은 350만표를 얻어 1위(동굴·돌산·협곡부문)를 달리고 있었다. 또 세르비아의 ‘악마의 동굴’, 홍콩의 ‘망부석’, 페루의 ‘콜카 협곡’ 등이 2~4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최종 28곳의 후보지에는 이들을 대신해 대한민국의 제주도,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호주의 울룰루 등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투표에서 상위그룹에 포진했던 후보지들이 ‘전문가패널’에 의해 모두 탈락한 것이다.

트위터사용자 ‘AF1219’은 “세르비아·홍콩·불가리아 등은 적은 인구에 따른 상업성 부족으로 전문가패널이 탈락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최종 후보지들에 대한 전문가패널의 선정 기준이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국심 이용한 통큰 상술>
누리꾼 ‘AF1219’외 2인에 따르면 N7W재단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이들이 진행하는 이벤트에 대한 서구국가의 무관심이다. 또 주요 논란의 대상지역들이 비영어국가여서 인터넷 검색이 어렵다는 점도 꼽았다.

‘AF1219’은 “서구국가들은 N7W재단 이벤트에 관심이 없어 관련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7대 불가사의에 참여했던 대다수의 국가들 또한 비영어권 국가라서 정보검색이 어려웠고 그나마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타지마할) 자료가 비교적 많았다”고 토로했다.

‘AF1219’은 “N7W재단 이벤트가 비서구국가 국민들의 순수한 애국심을 자극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이는 정치·문화·경제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 후진·개도국들이 부족한 자국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열망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N7W재단 창시자인 버나드 웨버는 ‘세계7대 경관 월드투어’ 첫 방문지로 제주를 선택, 24일 범국민추진위 주관으로 성산일출봉에서 열리는 ‘D-200’일 행사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만큼 제주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11월11일 발표 당일 추첨행사 개최지와 방송중계권를 제주에 팔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28곳의 후보지 중 제주가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데다 추첨행사 개최지 1순위였던 인도네시아 정부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N7W재단은 코모도섬을 최종 후보지에 올려놓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개최지 및 방송중계권을 제시했다가 되려 소송에 휘말릴 처지에 놓였다고 <자카르타 글로브>지가 보도한 바 있다. 추첨식 및 방송중계권료로 5700만 달러(약 600억원)를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편 우근민 지사는 세계7대 자연경관 추첨행사 및 방송중계권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 지사는 N7W재단 이사에게 “추첨할 때 TV중계하려면 돈만 내면 되느냐”고 물었고 “중계권 신청은 안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민간차원에서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투표하는 것까지 비판할 필요는 없다”며 “그러나 이런 개인재단의 이벤트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댜.

N7W재단에 대한 혹평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홍보마케팅의 성공적 사례로 N7W재단 사업을 꼽기도 한다.

정운찬 범국민추진위원장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학 석좌교수의 말을 인용해 “신 7대 불가사의 이벤트는 전 세계적으로 50억 달러 이상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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