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체전 개회식 행사에 학생들을 무더기로 동원하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법한 학생 동원이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한마디로 시대를 거스르는 무개념의 소치라고 밖엔 볼수 없는 일이다.

전교조 제주지부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오는 29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45회 도민체전 개회식과 식전행사에 도내 63개 초·중·고교학생 1만3900명이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예년에는 가까운 학교를 중심으로 많아야 5000~7000명 정도 참석시켰는데, 이번에는 드넓은 월드컵경기장을 채우려다 보니 서귀포시만 아니라 제주시지역 학교까지 무더기로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민체전 개회식 학생 참여가 동원이 아니라 학교장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현장체험학습이라는 제주도교육청의 얘기는 지나던 소가 웃을 일이다. 도교육청 장학사들이 ‘부탁’을 하는데 학교장들이 어떻게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지난 1998년 제주에서 열린 제79회 전국체전과 2002년 제83회 전국체전 식전행사에 각각 1만591명·7569명의 학생들이 동원되면서 한달이 넘게 연습을 하느라 교육과정에 파행이 빚어지면서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매년 치러지는 도민체전에까지 학생들을 동원해 눈요기하는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교육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은 생각이 없지 않고선 못할 일이다.

동원된 학생들로 경기장을 보기좋게 가득 메운다고 도민화합이 이뤄지는가. 진정한 도민화합과 전진은 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하에 도민체전을 흥겨운 한마당 잔치로 승화시킬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구시대적인 학생동원 계획을 당장 멈추고 교사와 학생들을 교육현장으로 돌려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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