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4단계 제도개선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우여곡절끝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제주도 한시도입 여부를 놓고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들이 공방을 벌였던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도입 조항은 빼고 말입니다. 6월 국회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빌미로 영리병원 도입을 관철시키려던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도는 일단 제동이 걸렸습니다.

‘복병’ 경제자유구역
그렇다고 정부가 투자개방형병원이라는 이름의 영리병원 도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요.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의료기관 등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당초 외국법인에 외국인환자만 받을수 있도록 했던 영리병원 법안은 국내법인 참여가 가능해지고 내국인환자도 받을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병원 명칭도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외국인병원으로 바꿔서 말만 외국인 영리병원이지 실제로는 제주도에 도입하려 했던 내국인 영리병원과 크게 다를바 없습니다.


여기에서 삼성의 움직임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증권과 삼성물산은 KT&G와 일본 기업 등과 ‘인천 송도국제병원’이라는 컨소시엄을 만드는 한편 삼성전자·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 등은 세계적 바이오제약업체인 미국 ‘퀸타일즈’와 자본금 3000억원의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영리병원과 제약산업에 거의 동시에 뛰어든 것이지요. 기업유치에 목마른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병원 법인설립자본금 1000억원 가운데 500억원과 병원사업비 6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내국인 영리병원 도입을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의료비 폭등으로 인한 의료 양극화와 건강보험 당연제정제 등 공공의료체제의 붕괴입니다. 제주도는 피부·미용·성형·치과·건강검진에 한해 5년간 내국인 영리병원을 독점허용하고 공공의료 확충재원을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도입한다해도 전국화되는건 시간문제일뿐이라는 겁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영리병원이 전국화되면 국민의료비가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4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고 전망했습니다. 비영리병원은 이윤을 다시 병원에 재투자해야하지만, 영리병원은 주주들에게 수익금을 배당합니다. 좋은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능력있는 의사를 모셔와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들어 의료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지요.


지금은 모든 국민이 어떤 의료기관에서든 진료를 받고 건강보험혜택을 받을수 있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의료비를 통제할수 있지만, 이윤을 내는 것이 최대 목표인 영리병원이 손을 놓고 있을리 만무합니다. 제주대 박형근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이 도입되고 위헌소송을 낼 경우 십중팔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위헌판결을 받아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병원이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책정하고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비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환자들의 부담을 빌미로 한 민간보험 시장 확대와 민간보험회사·의료기기회사·제약회사 등 대기업과 투기자본 등의 영리병원 경쟁, 비싼 진료비 부담이나 민간보험 가입 능력이 없는 서민들이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의료양극화는 예정된 수순이나 다를바 없는 것이지요.

광고시장 ‘블루오션’  
영리병원 도입에 목마른 세력들 가운데 하나는 종합편성채널사업자들입니다. 한계에 이른 방송광고 시장에서 영리병원 도입과 함께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병원·전문의약품 광고시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6월 국회로 처리가 연기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안에는 미국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는 전문의약품 등 의료광고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도엔 이미 허용된 외국인 영리병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수요가 모자라서 돈이 안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이 나서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주 보다는 ‘송도발’ 영리병원 ‘폭풍’이 훨씬 강력하고 파괴력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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