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윤 <㈔공공정책연구소 대표>

현재 도내의 박물관과 미술관 수는 대략 90여개에 이르고 있다. 제주를 박물관 천국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래서 이 시설들의 활용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경우, 제주관광의 다양성을 모색할 수 있고 제주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museum’은 그리스어 무제이온(mouseion)에서 유래한다. 기원전 29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학예를 관장하는 뮤즈(muse)여신들에게 봉헌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교육센터와 같은 곳이었다. 이후 르네상스에 이르러 과거 유산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미(美)의 가치에 따라 박물관의 기능은 변화한다. 수집과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그리고 근래에 이르러 박물관의 역할은 다시 변화하고 있다. 관광산업의 한 구심점으로 혹은 지역문화를 이끄는 문화시설로의 역할이 그것이다. 박물관 본연의 전시나 보존, 수집의 기능은 물론 시청각실, 세미나 시설, 놀이터, 휴식 공간 등 복합문화 공간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고 열려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고자 한다. 박제화된 전시공간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부족의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수익을 위한 자구책으로 뮤지엄 샵, 카페, 레스토랑 등을 운영한다. 정부로부터 지원되지 않는 재정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함이다.
이 가운데 박물관 뮤지엄 샵에서는 관련 기념품, 장식잡화, 문방구, 출판물 등 박물관과 연계된 상품을 판매한다. 이를 위해 다양하며 창의적인 응용상품이나 디자인 상품들이 창작되고 상품화 되고 있다. 한 국가나 지역의 전통과 문화가 이미지로 소비되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화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문화의 확산으로 볼 수 있다. 즉 박물관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 주제가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확장되어 지기 때문이다.


특히 박물관은 점차 관람객 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관람객 눈높이에서 그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뮤지엄 샵을 바라보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 수익금을 박물관의 고유목적 사업을 추진하는데 사용함으로서 박물관 이용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내의 국·공립박물관 미술관 등도 전시 주제에 알맞은 문화상품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통해 제주의 이미지를 높이고 제주의 역사문화를 관람객들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문화상품의 개발은 지역예술인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젊은 인재들의 다양한 디자인 상품은 물론 지역 문화에 끊임없는 애정을 갖고 작업해온 지역예술인들의 작품이 이런 공간을 통해 소개되어진다면 일거양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외 출판, 소비재 등의 수요증가는 인프라 확산으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수익 증대로 발생하는 이익이 재투자될 때 목적 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더 다양한 사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관람객들에게 풍부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런 만족감은 제주를 재방문하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히고 문화상품을 매개로 제주문화가 그들의 일상으로 스며들어갈 때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 수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1원의 가격변동에 수요를 달리하는 경제적 인간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미와 디자인에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디자인된 생활 속의 제주문화가 세계인의 삶 속에서 발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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