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7 | 캔버스에 유채물감 | 100×170㎝ |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미술관)


에곤 실레(1890~1918)의 회화를 특징짓던 비틀림은 1915년 에디스 함스와의 결혼식 이후 한결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결혼후 3일만에 그는 군대에 소집되었지만, 기름작업과 전시는 계속되었다. 장교로 발령받은 실레는 창고를 개조해 작업실로 사용했으며, 빈에서 복무하던 1917년에는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는 특권을 얻기도 했다.

노란 담요 위, 구겨진 흰 시트에는 한 쌍의 연인이 팔을 감은 채 엉켜있다. 여자의 머리는 베개 너머로 흩어져 있으며 얼굴을 돌리고 있다.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여자의 자세는, 실레의 친구이자 선배였던 클림트의 그림 「키스」를 연상시킨다.

한편 실레 자신임이 확실해 보이는 남자는 수척하고 야위에 보이지만 이전 자화상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실레의 회화와 드로잉은 종종 포르노그래피라는 비난을 받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듯, 주인공들에게서는 작품과는 별개의 인간애가 느껴진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실레의 집착은 종교적 열정과도 유사한 것이었으며, 실레 역시 자신의 작품이 그러한 방식으로 감상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포옹」의 부드러운 일체감은 단순히 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여타의 회화 및 드로잉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이 작품은 결혼 생활에 대한 실레의 만족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대전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임신 6개월 된 아내 에디스가 사망하자, 실레도 3일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발췌=「명화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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