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 속 4·3가치 실현 못하는 사례 빈번
본연 가치 아닌 사업에 몰두…공유기반 마련해야

<제63주년 4·3기획- 4·3가치, 기억에서 일상으로>

<3>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2005년 제주는 정부에 의해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평화의 섬을 형성하는 핵심가치는 제주4·3이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은 “제주가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고,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이것만 봐도 현재 제주는 ‘평화의 섬’인가라고 물을 때 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제주는 여전히 평화의 섬으로 인정받기에는 많은 과제를 품고 있다. 사실상 도정 등에 의해 ‘구호’만 난무한 상황이다.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상생의 가치로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다보니 도내 곳곳에서 본연의 평화·인권·화해 등의 가치가 침해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대표적 사례가 ‘제주 해군기지’다.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문제를 ‘제2의 4·3’이라고 표현한다. 국책사업이라고 하지만 정작 국가공권력에 의해 주민의 기본권·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해군기지가 주민 삶의 풍요가 아닌 삶을 착취하는 ‘제도적 폭력’으로 자리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참상의 상징인 4·3을 해군기지와 비유한다.

하지만 정부와 도정은 공사를 강행하며 주민들의 호소를 저버리고 있다. ‘평화의 섬 제주’라고 하지만 각종 현안에 있어서 4·3을 통해 조성된 평화·인권·화해 등의 가치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제주4·3의 기억을 일상의 평화·인권의 가치로 대전환하기 위한 도민사회의 합의가 절실하다.

현재 4·3에 대해서는 각종 사업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근본적 가치와 정신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정 사업에 몰두하다보니 특정 주체 등에 의한 4·3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다.

3일 4·3위령제에서 우근민 지사와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 등의 주제·추모사를 봐도 이들은 4·3과 관련한 사업추진의 중요성은 거론했지만 근본적인 가치를 어떻게 확산시키고 계승하겠다는 입장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그나마 우 지사가 4·3의 객관적 사실을 초·중·고교 검인정 교과서에 담아내겠다는 정도의 계획만 제시됐을 뿐이다.

4·3의 본연 정신·가치에 대한 합의와 이에 대한 확산이 없다보니 다양한 4·3관련 사업 또한 도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4·3을 통해 형성된 평화·인권·화해 등의 가치를 일상에서 공유할 토대가 절실하다”면서 “추가 진상규명 작업과 도민 합의를 통한 평화공원 조성 및 유적지 복원, 도민들이 하나되는 위령제로 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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