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총리, 예상과 달리 ‘해군기지’ 입장 언급 안해
기자간담회 돌연 취소…‘성과없는 방문’ 도 불신커져
3일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참석을 위해 제주를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정부가 도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도민들에게 확실히 알린 것이다.
김 총리는 위령제에 참석한 뒤 이날 오전 12시 한화리조트에서 4·3유족 등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와 첨단과학기술단지를 둘러본 뒤 오후 6시 그랜드호텔에서 도내 기관장 등과 만찬을 갖고 서울로 떠났다.
이 과정에서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위령제는 물론이고 위령제가 끝난 뒤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김 총리는 4·3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만 전했다. 해군기지에 대해 도민들이 기대했던 정부 차원의 명확한 지원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위령제에서 김 총리는 “지난 2000년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며 “앞으로도 4.3의 진실을 밝히는 데 온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는 “제주 4.3평화공원은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잡고 있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세계의 냉전과 민족의 분단이 빚어낸 현대사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극복해낸 제주도민의 위대한 정신을 보고 있다”고 밝혔을 뿐 해군기지 등을 포함한 지역현안에 대한 입장은 전하지 않았다.
오찬 간담회에서도 김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커다란 아픔이자 도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건”이라며 “그동안 유족들의 노력으로 진상조사와 희생자 결정, 위령사업 추진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성과를 바탕삼아 앞으로 화해와 상생의 실천적인 모델이 될 일들을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가 남은 일들을 잘 해결해 제주가 화해와 상생의 섬, 평화와 번영의 섬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기본입장만 되풀이했다.
해군기지 건설의 국면전환을 기대했던 강정주민들과 도의회 등 도민사회는 이번 김 총리의 알맹이없는 방문에 뒤통수를 맞는 꼴이 됐다. 김 총리가 방문하면 정부차원의 지원의지가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던 도정도 졸지에 도민들의 더 큰 불신을 얻게 됐다.
이와관련 제주도는 지난달 14일 열린 제주도와 도의회의 정책협의회에서 자료를 통해 “김황식 국무총리가 올해 제주4·3위령제에 방문하고, 이 자리에서 해군기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의지 및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우 지사가 직접 국무총리실장에게 입장표명을 건의했고, 김상인 행정부지사도 실장을 만나 직접 답변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1일 김 총리가 위령제에 참석한 뒤 한화리조트 1층 세미나실에서 약 20분간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여분만에 계획이 돌연 취소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