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4·3위령제 이모저모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이모저모>

올해 4·3위령제를 요약하는 단어는 ‘비’다. 위령제때 줄곧 내린 비는 제주4·3의 현재와 4·3영령들과 유족들의 눈물, 이명박 정부의 계속되는 홀대로 인한 도민들의 비통한 심정 등을 모두 담아내는 상징이 됐다.

이처럼 후대를 위한 밝은 4·3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걷어내야 할 흐린 구름이 여전히 많다. 4·3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4·3위령제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억울함과 노여움 내려놓고 영면하소서”

○…제주4·3희생자 유족회(회장 홍성수)는 3일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앞서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례’를 봉행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제주4·3평화공원 위패봉안소에서 봉행된 제례는 4·3희생자 유족 및 도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부일 제주도 환경부지사와 이석문 교육의원,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도 함께했다.

4·3 유족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의 ‘제주4.3을 배우고 행동하는 모임(회장 유다카 우미세토)’ 회원 40여명도 제례를 지켜봤다.

제관들은 축문을 통해 “눈물과 한의 세월이었던 과거사의 장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눈물을 생생히 기억한다”며 “우리들은 결코 제주4·3과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4·3영령들이시여. 그날의 억울함과 노여움을 풀고 후손들의 정성을 받아 주시고, 흠향해 영면하소서”라고 기원했다.

작년까지 위령제례는 위령제 전날인 2일 열렸다. 위령제 당일 봉행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이성찬 제주4·3평화재단 상임이사는 “유족들이 나이가 많아 이제는 2일 위령제례와 3일 위령제를 연속으로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런 이유로 3일 위령제례와 위령제를 함께 봉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가 희생자 나무판자에 이름새겨 ‘씁쓸’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봉행된 가운데 영면과 해원을 기원받아야 할 일부 희생자가 위패로 봉안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에는 올해 4·3중앙위원회에서 추가 결정된 418명 희생자의 명단이 봉안됐다. 하지만 위패가 아닌 임시방편으로 나무판자에 새겨져 유족들이 씁쓸해했다.

지난 1월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4·3중앙위원회에서 469명이 희생자로 결정된 바 있다. 현재 위패봉안소에는 살아있는 후유장애자와 수형자를 제외한 418명의 명단이 봉안됐다.

원래대로라면 제주도는 위령제 전까지 이들의 이름을 새긴 위패와 각명비를 조성해야 하지만 예산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조치했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군집 비석인 ‘각명비’에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기지 못했다. 행방불명 희생자를 위한 ‘개인표석’ 설치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4·3사업소 관계자는 “위패 및 각명비 등을 다시 조성하는 데 2억원이 소요된다”며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특별교부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4·3위원회가 올해 초 열렸기 때문에 미리 예산을 예측, 확보하기 힘들었다”며 “국비를 확보하는 대로 빨리 위패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4·3영령들도 노하신거지”

○… 지난 2일 저녁부터 3일까지 제주지역에 내린 비로 인해 4·3위령제 봉행위원회는 위령제 개최준비에 애를 먹었다. 행사 관계자들은 행여 비 때문에 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 아침 일찍부터 참석자들을 위한 비옷과 우산 등을 구비했다.

하지만 빗물로 흠뻑 젖은 의자와 낮은 기온까지 해결할 수는 없는 일. 이 때문에 위령제에 참석한 고령의 유족들은 위령제 내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건강상 문제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다.

이러다보니 행사 관계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큰 탈이 없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였다. 행사 관계자는 “멈추는 것은 고사하고 빗줄기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며 속을 태웠다.

일각에서는 비를 동반한 위령제를 두고 “그동안 비가 내린 위령제가 있었나 모르겠다. 이전 위령제에는 항상 맑았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4·3을 홀대하는 것에 하늘에 계신 영령들도 분노한 모양”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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