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4·3위령제 3일 평화공원서 엄숙히 봉행
유족·도민 1만여명 운집…김황식 국무총리 참석

하늘도 울고, 유족들도 울었다.

제주4·3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홀대와 보수세력들의 잇따른 왜곡시도에 대해 4·3영령들도 분노하는 듯 3일 제주4·3평화공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찬 기운의 봄비가 내렸다.

악천후에도 1만여명의 유족들은 가족들의 손을 부여잡고 억울하게 스러져간 희생자의 위패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빗줄기는 제주 땅을 적셨지만, 유족들의 한(限)과 서러움은 하늘을 뒤덮었다.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평화로운 미래를’을 주제로 제63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1만여 유족과 도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히 봉행됐다.

위령제에 앞선 오전 10시부터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혼과 백이 하나 되어’ 주제의 식전 문화행사와 추모합창 등이 열렸다.

11시부터 거행된 위령제는 정부를 대표해 김황식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도에서는 우근민 제주도지시와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해 제주도의회 의원,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홍성수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 및 유족회 관계자, 도내 제주4·3관련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정치권에서도 주요 여야 대표 및 의원들이 참석했다. 강창일·김우남·김재윤 의원을 비롯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이 위령제를 찾았다.

이 밖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과 김정기 전 제주교대 총장 등 제주4.3중앙위원회 위원도 자리했다.

위령제는 순국선열 및 4·3영령에 대한 묵념에 이어 헌화·분향, 장정언 4·3위령제봉행집행위원장의 고유문, 우근민 지사의 주제사,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의 추모사, 김황식 국무총리 추도사, 고나윤 학생(제주서중 3)의 추모시 낭송, 홍성수 유족회장의 인사 등으로 진행됐다.

봉행위원장인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고유문에서 “암울했던 역사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스러져간 곱디고운 임들의 넋을 기리는 후손들은 미어지는 가슴 부여잡고 4·3위령제를 봉행한다”며 “해원을 염원하는 추모의 정이 오롯이 영령들께 닿아 영면에 이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엄숙히 읖조렸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주제사에서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 제주 4․3처럼 한 지역 전체가 철저히 유린되는 큰 아픔을 겪은 곳은 제주 밖에 없다”면서 “아직도 4․3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민선 도지사로서 4․3유가족과 도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4․3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객관적 역사를 국민들께 알리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제주 4․3의 정확한 진상규명에 기초한 객관적 역사적 사실을 초․중․고교 검인정 역사교과서에 올곧게 수록하는 일을 역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대림 도의회 의장은 추모사를 통해 “특별법이 제정되고 대통령의 공식사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고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면서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고, 희생자 및 유족의 추가신고기간도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4·3의 완전해결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도민들의 열정과 헌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며 “도의회도 4·3 진상규명에 노력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4·3 완전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제주 4·3사건은 굴곡진 우리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진 큰 비극”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4·3의 진실을 밝히고 가신님들의 넋을 기리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해 나갈 것이다. 4·3 원혼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이 잊혀지지 않도록 그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2011년 제주4·3 전국청소년문예공모 시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고나윤 학생은 추모시 ‘꽃’을 통해 참석자들의 애잔한 심정을 더욱 울렸다.

고나윤 학생은 “나는 진흙 속에 핀 꽃이 좋더라. 언 땅을 뚫고 힘겹게 피어난 꽃이 더 좋더라. 가뭄 속에 끝끝내 긴 긴 생명줄을 지켜 낸 꽃이 눈물겹도록 좋더라”며 “웬만한 바람은 몸으로 받아들이고 아픔을 견뎌 아름다워 질 줄 아는 그런 진흙탕 속에 핀 꽃들이 난 정말 좋더라”고 읊었다.

홍성수 제주4·3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면서 “우리들은 제주도가 화해·상생의 평화로운 섬으로 서길 바라며, 4.3의 해결을 위해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 4·3희생자 및 유족 추가신고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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