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자연경관’ 투표하면서 ‘해군기지’로 경관 해쳐
효과위해 고유 컨텐츠 살려야…패러다임 전환 절실

<진단-세계7대 경관과 해군기지 병행 어떻게 볼까>

도내를 뜨겁게 달구는 두 현안의 흐름이 흥미롭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제주해군기지’는 도민들의 관심도에 따라 반대 궤적을 보이고 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열기는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기세등등하고 있다. 열띤 홍보작업에 힘입어 7대 경관 선정을 위한 도민들의 관심도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점차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 주민들의 잇단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해군, 도정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중이다. 어느덧 도 전체를 감싸던 해군기지 문제는 점차 강정주민들만의 문제로 좁아지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관심의 크기와 흐름은 다르지만 두 현안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제주 고유의 ‘경관’을 공유하고 있다. 제주의 빼어난 경관을 홍보하며, 정작 1등급 경관을 해치는 모순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제주의 대표적 경관 중심지인 섶섬·문섬·범섬 등을 파괴하며 어떻게 7대 자연경관을 추진할 수 있나”며 “차라리 7대 경관을 하지 말던지, 해군기지를 없애고 평화의 섬 제주에 7대 경관을 만들던 지 결정해야 한다”라는 비판은 이런 점에서 당연하다.

# 논란 많았던 ‘뉴세븐원더스’

지난 2007년 7월 뉴세븐원더스(new7wonders)가 ‘세계 신 7대 불가사의’를 발표하자 유럽언론을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요지는 ‘7대 신 불가사의’ 투표가 상업적 목적이 짙다는 이유다. 해당 국가의 고유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성격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시 유네스코 소속 인도 문화 전문가인 니콜 볼로미는 “7대 불가사의 선정투표는 민주적이거나 과학적이지 않다”며 “일부 외양이 좋은 유적지에만 관심이 쏠리게 하고 보존 위험에 처한 유적들은 외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 윌리엄스 유네스코 대변인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문화유산 보존보다 상업적 목적에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구가 많고, 정부가 투표를 독려하는 개발도상국 위주로 선정될 것이 뻔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7대 신 불가사의 중 6곳이 인구 순위 40위 안에 드는 나라였다. 이들 나라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으로 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졌다.

당시 영국 더 타임스는 “신 7대 불가사의의 최종 승자는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보다는 민족주의에 기반해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7대 자연경관 선정 투표’ 또한 그 열기만큼 적지 않는 논란의 여지를 갖고 있다. 제주가 7대경관 선정을 위한 투표독려를 강하게 추진하지만, 이에 반해 ‘제주경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 제주 ‘경관’지킬 준비됐는가

결과적으로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주가 고유의 ‘경관 컨텐츠’를 관광객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달렸다. 7대 자연경관 선정투표를 해군기지와 병행하는 상황에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신 7대 불가사의’가 많은 관광객을 부를 수 있었던 이유는 검증된 고유 ‘컨텐츠’다.

신 7대 불가사의는 △중국 만리장성 △브라질 거대 예수상 △요르단 페트라 △멕시코 치첸이차 피라미드 △인도 타지마할 △로마 콜로세움 △페루 마추픽추다.

굳이 뉴세븐원더스의 투표가 아니더라도 이미 세계에서 인지도와 명성도가 높았다. 일례로 요르단 페트라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으로 이름이 높았던 곳이다.

이에 7대 자연경관을 두고 선정여부 자체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의 경관 컨텐츠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정책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경관 1등급인 강정마을 해안가를 파괴하면서까지 추진하는 제주해군기지를 비롯해 우후죽순 들어서는 토목 중심의 대규모 건물 등의 건설은 관광객에게 전해져야 할 제주의 경관컨텐츠를 훼손하는 왜곡된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제주발전연구’(제14호) 기획논문을 통해 김 교수는 “제주도는 세계7대 경관 선정에 올인하면서 대규모 토목사업과 고층건물, 흉물스러운 인공구조물로 유네스코에 의해 재평가된 아름다운 지역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모순된 행정을 펼치고 있다”면서 “과거 추진했던 토목개발에 대한 깊은 자기성찰과 반성으로 유네스코가 인증한 환경과 우리들의 삶의 공간을 지켜나가려는 개발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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