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신부, “4·3의 끔찍한 사태 재현하면 안돼”
도의회 취소의결·주민들 항의에도 공사강행

“4.3의 끔찍한 참살을 겪은 제주도민들이 유사시에 다시 군인들의 총구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강정에서 100일동안 ‘생명평화순례’를 진행하고 있는 생명평화결사 김경일 신부의 호소다. 김 신부는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이기도 하다.

강정에서 벌어지는 ‘공사강행’이 마을 밖 외부인이 걱정할 정도로 ‘비민주·탈법적’이고 전형적인 밀어붙이기 식의 국책사업으로 갈수록 변질되고 있다.

김 신부는 최근 호소문을 통해 “지난 15일 제주도의회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을 취소의결한 날 모두들 감격을 못 이겨 눈물을 흘렸다”면서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4년 만에 처음으로 강정마을 사람들이 승리를 맛 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는 강정마을의 강정천, 중덕해안, 강정바다는 1등급 경관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연산호와 멸종 희귀종인 ‘붉은발 말똥게’ 등의 서식지”라며 “하지만 주민들의 4년에 걸친 처절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에 대해 오직 정부는 ‘무관심, 무시, 공사강행’으로 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신부는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말없이 순종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알고 있었지만, 시민사회가 점차 성숙해지면서 국가정책이라 하더라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며 “가까운 일본에서 벌어지는 원전사고를 보면 중요한 정책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해군기지 건설에 있어서 주민들의 합의를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도의회의 취소의결에도 시공업체의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해군기지는 몇 권력을 쥔 사람들이 건설을 주도·강행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몇 사람이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며 개탄했다.

김 신부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전국적 문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월부터 강정마을에 사회저명 인사들과 예술가들이 강정마을에 대거 방문, 해군기지건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생명평화결사 등불들도 적극 동참해 강정마을 주민 및 제주도민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주도 해군과 시공업체는 공사를 강행했다. 강정주민들의 항의가 쉬지 않았다.

해군 제주기지사업단과 시공업체는 지난주 중덕 해안가에서 측량을 하고, 마을과 해안도로 평탄화 및 확장 공사 등을 진행했다.

주민들과 평화관련 단체 관계자 등은 해군기지 현장사무소와 공사현장 등을 방문, 공사강행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해군기지 현장사무소에서 이은국 사업단장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다른 해군 및 시공업체 관계자와 면담한 이들은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항의방문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해군과 기업의 무리한 공사강행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불상사에 대한 책임은 해군과 기업에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이에 대해 해군 및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줄곧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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