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도정 시공업체 내세워 갈등상황에서 발 빼
‘공사중단’ 메아리만…범대위 “도민의지 모을 것”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도의회 등이 해군에 ‘해군기지 공사 일시중단’을 줄곧 요청해도 해군은 지금까지 나몰라라하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현재 공사에 대한 대립구도는 주민과 해군이 아닌, 주민과 시공업체가 됐다. 이러다보니 주민들도 강하게 공사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업체가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주민들이 되려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를 막아야 하는 주민들은 속만 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면에 나서 갈등을 정리해야 할 해군·제주도정은 사실상 공사과정에서 발을 뺐다. 주민들의 ‘공사중단’ 요구를 외면, 변함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24일 현재 시공업체는 강정마을 해안에서 오탁방지막 설치공사를 이어갔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방문할 때 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강하게 ‘공사중단’을 촉구했음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강동균 회장은 “공사를 놓고 시공업체와 싸움이 돼버렸다. 해군은 발을 뺐다”면서 “시공업체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면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강 회장은 “앞으로 내부논의를 통해 공사를 중단시킬 대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처분 무효 등에 관한 소송’ 항소심이 다음달 6일로 늦춰진 가운데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범도민대책위(이하 범대위)도 앞으로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다.

범대위는 직접적으로 법원을 겨냥하기 보다 도민들의 여론을 모아 법원과 도정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계획이다.

홍기룡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해군기지 싸움을 길게 가져가려 한다”면서 “63주년 4·3기간과 연계, 도민들의 의지를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평화 100배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공사는 현재 시공업체가 전면에 섰기 때문에 쉽게 막기 힘들다. 이에 대한 대책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정마을회는 지난 22일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물은 공개질의서를 우근민 지사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한 답변을 오늘(25)까지 요구한 가운데 우 지사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 관심이다.

강정마을회는 “지금처럼 들어오는 해군기지는 폭력 그 자체에 불과해 반 평화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면서 “반 평화적으로 들어오는 해군기지는 결코 평화의 섬과 양립할 수 없다. 이에 수용선언은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정마을회는 우근민 지사에게 “도민들과 강정주민들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반 평화적으로 들어오는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이 양립가능한지 여부 △양립가능한 구체적 근거 △양립이 불가능하면 수용선언을 철회할 것인지 여부 등을 공개질의했다.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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