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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의 묘한 맛에 빠지다당신의 오늘은…홍어일번지 김진홍씨

대기업 다니다가 IMF때 정리해고 당해
홍어가 매일 먹고 싶어서 홍어집 창업

“처음엔 저도 홍어를 못 먹었어요. 먹자 마자 뱉어버릴 정도였죠. 그런 제가 어느 순간 홍어에 빠졌고, 매일 먹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홍어가게를 차리게 됐어요”

제주시 연동에서 음식점 ‘홍어일번지’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홍씨(47). 1990년 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한라중공업에 입사해 평범한 회사원으로 생활했다. 그런 자신이 식당을 하게 될 줄은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다.

“회사에서 만든 포크레인을 건설회사에 판매하는 영업일을 했어요. 당시 저희 회사는 후발 주자였기 때문에 경쟁회사들에 비해서 실적은 낮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제주도 만큼은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았죠”

‘영업맨’의 능력을 인정받은 김씨는 순탄한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IMF사태와 함께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김씨는 2000년 정리해고를 당했다.

“회사를 나오고 뭘해야 할지 막막했죠. 1년 정도 집에서 주식투자를 하면서 쉬다가 전문건설회사를 차려 운영하게 됐어요”

그의 회사는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사정이 어렵다보니 술마시는 날이 잦아졌다. 지인들과 만나 술을 마시다보면 가끔 찾는 곳이 홍어집이었다. 김씨는 냄새 때문에 가까이 가기도 싫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어쩔 수 없이 찾게됐다.

“옆에서 몸에 좋다고 자꾸 먹으라고 하니까 눈 딱 감고 먹었죠. 지독한 느낌이 들었지만 묘한 맛이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홍어의 매력에 빠져든거죠”

홍어를 못 먹는 사람하고는 술도 못 마셨다. 하루가 멀다하고 홍어집을 들락거리기를 일년. 차라리 홍어를 매일 먹을 수 있게 직접 가게를 차리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운영하던 건설회사를 정리하고 홍어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홍어로 유명한 전라도 일대의 음식점에 무조건 전화해 홍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죠. 15군데 전화를 했는데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곳이 한곳도 없었어요. 16번째로 전화한 곳에서 마침내 올라오라는 허락을 받았죠”

당장 짐을 싼 김씨는 가족들을 남기고 홀로 전라도 나주시의 홍어 음식점으로 떠났다. 음식점에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양파를 까는 일부터 청소, 설거지 등의 잡다한 일을 도맡았다.

“6개월 정도 지나서 사장님이 주방에서만 일하라고 했어요. 남들은 초고속 스피드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주방에서 6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사장님의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었죠”

전라도 생활을 정리한 김씨는 2005년 제주도로 돌아와 ‘홍어일번지’를 개업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주위에 홍어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개업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첫날 손님은 단 4명이었다.

또 가게가 주택가에 위치한 탓에 동네 사람들은 홍어 삭힌 냄새로 김씨의 가게에 불만을 품었다. 홍어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아온 전라도 사람들은 김씨의 고향이 제주도라는 이유로 음식맛을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영업 생활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들과 유대감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또 맛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서 가게는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녁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북적인다.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서 순탄하게 근무했다면 지금쯤 지사장 정도는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오히려 훨씬 즐겁고 재밌어요. 만약 회사 다니는 일과 장사하는 일 중에 선택하라면 당연히 장사를 선택하겠어요”

매일 홍어를 먹고 싶어 홍어가게를 차리게 된 김씨. 그러나 요즘은 홍어를 먹는 일이 거의 없다. 매일 같이 홍어를 삭히고 썰는 일을 하다보니 특별히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지금은 홍어맛보다 장사하는 맛이 더 크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강길홍 기자  kang@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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