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찬 총장 “공사중단 어렵다…주민 갈등·고통 송구”
도의회·도정 면담 형식답변 일관…도민사회 불신확대

김 총장을 대면한 도의회·도정 모두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최소한 상식선에서 염두했던 ‘진정성 있는’ 답변마저 듣지 못했다.

김 총장 방문으로 도민들의 불만·불신여론이 더 커졌다. 해군의 공식적 입장을 확인한 이상 도민사회에서 ‘해군기지 건설’의 명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장이 제주를 방문한 현장을 정리했다.

# 도의회 ‘공사중단’ 요구 거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서는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의회 의장단의 “해군기지 관련 소송이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한 답이었다.

이와함께 김 총장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갈등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김 총장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여러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기지 건설 수뇌부들이 해군 관계자들이 이날 제주도의회를 찾았다. 이날 오전 도의회 소회의실에서 도의원 의장단과 면담을 가졌다.

해군 측에서는 김 총장을 포함해 최승길 해군본부 해병보좌관, 정안호 해군본부 전력기획처장, 황우현 제주방어사령관, 강성태 제주기무부대장, 이은국 해군제주기지사업단장 등이 참석했다.

도의회에서는 문대림 의장과 현우범 부의장, 오영훈 의회운영위원장, 위성곤 행정자치위원장, 신관홍 문화관광위원장, 고충홍 복지안전위원장, 오대익 교육위원장이 자리했다.

문대림 의장은 “총장의 방문이 때 늦은감이 있다”며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주민들이 (방문을) 많이 기다렸다”고 운을 뗐다.

김 총장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여러가지 아쉬운 부분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지역주민 애로사항과 고충을 미처 이해못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라도 듣고 해결토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김 총장에게 해군기지 건설의 절차·실체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부지원 의지의 미흡함도 거론했다.

문 의장은 “기본적으로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면서 “적법절차는 공권력에도 작용해야 한다. 해군기지 부지가 경관 1등급이라면 국방시설이라 하더라도 절대보전지역 변경을 해제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해당부지에서 해군기지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별도 특별법 및 의제조항을 두고 하자없이 추진해야 하는데, 근거가 없다보니 위법성을 안고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럼에도 도민들은 정부의 대처와 지원방안을 기대했다”면서 “지난 2009년 4월 체결된 MOU에 명시된 지원사업 추진협의체 구성이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도민들은 해군기지와 관련해 제주에 주어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결국 도의회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취소 카드를 빼들게 됐다. 이는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마음아픈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문 의장은 해군기지와 관련한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일시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의장은 “지원협의체 구성 및 해군기지와 관련한 재판의 결과가 나올때 까지라도 공사를 일시 유보해야 한다”면서 “공사중단 기간 동안 해군과 도, 관련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서 도민에게 새로운 해군기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성곤 행정자치위원장도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위 위원장은 “제주에서는 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개정안 통과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모든 일들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성찬 총장은 ‘공사중단’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공식화했다.

김 총장은 ‘지원의지 미흡’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이지 않다. 소극적이라면 왜 해군기지 예산을 반영하겠나”라며 “현재 절차에서는 정부가 많이 나설 단계가 아니다. 정부는 국방부와 협의해서 지역발전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총장은 ‘공사중단’에 대해 “그동안 주민들의 요청 등에 따라 공사를 지연해 왔다”면서 “예산이 계속 투입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공사를 늦추기 힘들다. 공사를 진행하며 지역에 도움되는 대책 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잦은 입지변경에 국책권위 상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정부에 강정마을 종합발전계획을 확실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 지사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우 지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부터 현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해군기지 후보지로 제주가 거론됐지만 불행스럽게도 화순·위미에 이어 강정을 거친 잦은 입지 변경으로 국책사업의 권위는 상실했다”고 단언했다.

특히 우 지사는 “지난해 총리실에서 해군기지에 관한 3가지 약속을 문서로 보낸 후 해군기지 문제가 잘 되길 빌었다”며 “그러나 영리병원을 넣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했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도민들로부터 오해받기 십상”이라며 “돈이 들더라도 한번 수립되면 확실하게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용단과 명확한 지원대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우 지사를 만난 뒤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주사회에 적지 않은 부담을 드린 점에 대해 해군 최고 책임자로서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특히 강정주민에게 고통과 아픔을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우선 해결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 총장은 이어 “앞으로 해군은 정부가 해군기지 주변지역 발전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해군기지 사업이 제주사회의 부담이 아닌 제주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주 방문에 앞서 국무총리실은 제주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더라도 제주도 차원에서 지역발전 종합계획을 마련하면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점을 (제주도에)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 도민 안중에 없어…당장 공사 멈춰야
김성찬 총장이 도의회를 찾기 전부터 도의회 앞은 해군기지에 찬성·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로 북적거렸다. 우려됐던 단체들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제주군사기지 저지 및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날 오전 9시30분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해군총장의 방문은 사후 약방문식의 형식적인 민심 달래기용”이라며 “해군기지 문제는 도의회가 강정 절대보전지역 취소의결로 원점으로 돌아간 만큼 정부와 해군은 이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절차적 정당성이나 진정성있는 자세보다 무조건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해군기지 건설을 도민들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며 “참모총장은 이에 대한 겸허하고 진지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제주도당도 18일 김 총장이 다녀간 후 성명을 내고 “한마디로 해군만 있고 제주도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도당은 “제주도민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요구하는 것은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해 진정성을 갖고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것”이라며 “국방부는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도민의 뜻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