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도는 섬이다. 섬이기 때문에 당연히 바다가 있고, 해변이 있고 푸른 하늘이 있고 땅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섬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해안과는 달리 제주의 해안은 단순하면서도 섬 문화를 잘 보여주는 독특한 그엇인가를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그 무엇이 바로 화산섬 제주의 지질학적 조건과 지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고유한 풍경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매립을 하기도 하고 볼상사나운 건축물이 들어서기도 하고 해안도로들이 개설되면서 제주의 해안풍경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개발에 묻히는 제주 풍경 

이러한 문제는 굳이 제주에 국한 된것이 아니라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하여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 서해안도 마찬가지이다. 매립으로 인해 지형이 크게 바뀌면서 보존의 가치가 높은 갯벌이 사라지고 서해안의 독특한 해안풍경도 사라져 버렸다.

인간은 스스로 생활환경을 만들지만 일단 만들어진 환경은 인간의 삶과 가치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넉넉한 자연환경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운 풍경이 사라져 가는 제주섬 사람들의 삶과 가치도 자연스럽게 변해 갈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도시와 농촌은 오랜 시간을 두고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인간 활동들의 축적과정을 거치며 구축되어 지는 것이며 인간 활동의 변화 흐름에 따라 성장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하며 때로는 진화한다. 성장과 진화, 쇠퇴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다양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면서 독특한 삶의 풍경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을 우리들은 문화풍경이라고 부른다.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말은 섬으로서의 문화적 가치와 발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들의 삶을 가꾸어 나갈수 있는 개발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지역 곳곳에는 발전이라는 이름아래 혹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이름아래 개발되고 있으나 적지 않은 개발사업들이 섬의 풍경을 훼손하는  비문화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는 제주의 특성, 즉 섬이라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인 것이다. 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땅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어떻게 조화롭게 개발 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섬, 제주의 매력 지켜내야

제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오직 사진을 통해 제주의 깊은 멋을 찾으려 고민하였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정기여객선이 다니기 시작하면서 민박집이 생겼고 (중략) 언덕 위에 교회가 들어서자 처음 마라도에서 받았던 좋은 느낌이 반감되었다 (중략)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변해가는 섬을 지켜보며 혼자 아파했다. 누구도 떠돌이의 넋두리에 귀 기울지 않았다. 욕망처럼 무서운것은 없다. 이건 분명 발전도 아니고 개발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무지에서 비롯된 파괴였고 돌이킬수 없는 크나큰 실수였다. (중략)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이 마라도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그 무엇을 보존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두가 외면할지 모른다"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제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무엇이 발전이고 어떻게 개발해야 할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다. 섬의 문화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제주를 어떻게 가꾸어 가야 할것인지 우리들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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