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와의 경기서 승부차기 끝 3대5로 8강 진출 실패

'오카노 매직'이 8강 문턱에서 멈췄다.

일본은 29일 밤 11시(한국시간) 남아공 프리토리아 로프투스 퍼스펠드 경기장에서 벌어진 파라과이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전후반과 연장 120분 동안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했다.

이 날 일본은 경기 초반부터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54. 일본)은 수비벽을 강화한 뒤 오쿠보 야스히토(28. 비셀 고베)와 혼다 케이스케(24. CSKA 모스크바)에게 공격의 대부분을 맡겼다.
수비의 강화는 자연스럽게 공격의 실종으로 이어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유럽의 강호 덴마크를 상대로 날카로운 창끝을 겨눴던 일본은 이렇다 할 기회 조차 잡지 못한 채 120분을 허비했다.

파라과이의 무딘 창 덕에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27. 가와사키)가 한 골도 막지 못한 일본은 세 번째 키커로 나선 고마노 유이치(29. 주빌로 이와타)의 슛이 크로스바를 때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비록 "4강에 진출하겠다"는 오카다 감독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대회 전 일본이 16강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언론들까지도 승리를 챙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지난 4월부터 치른 5차례 평가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4월 세르비아 2군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0-2), 잉글랜드(1-2), 코트디부아르(0-2)에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부랴부랴 성사시킨 짐바브웨와의 추가 평가전마저 득점 없이 비기는 망신을 당했다. 오카다 감독이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패할 경우, 중도 경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 때였다.

그러나 일본은 월드컵에 들어서자 완전히 달라졌다. 내심 4강까지 노리던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딘 일본은 네덜란드와 접전 끝에 0-1로 패했지만 강호 덴마크를 3-1로 완파하고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내던지고 실리 축구로 옷을 갈아입은 일본은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2002년 한국팀의 모습을 연상케 한 압박은 상대팀을 곤란에 빠지게 했다.

일본은 '11m 룰렛'의 희생양이 되며 눈물을 흘렸지만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일본의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끈 오카다 다케시 감독(54)이 8강 진출에 실패한 후,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30일(한국시간) 오카다 감독이 승부차기까지 간 파라과이와의 16강에서 패한 후,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시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오카다 감독은 패한 후, "정말 이기고 싶었지만 내 능력이 부족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대표팀 감독으로) 더 이상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7년 12월 이비차 오심 전 감독(69)을 대신해 대표팀을 맡은 오카다 감독은 2년 반 만에 일본을 명실상부한 세계 16강의 강팀으로 만들었다.

비록 월드컵을 앞두고 부진한 경기력과 지휘방식 등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언론과 팬들의 강도 높은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네덜란드, 덴마크, 카메룬 등을 상대로 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끌어 영웅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스타로 부상한 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24. CSKA모스크바)를 원톱으로 기용하는 다소 모험적인 전술로 눈길을 끌었다.

혼다는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총 4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오카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한편, 일본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중심으로 후임 감독을 물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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