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요리점 운영하는 장계환씨

▲ 광어요리점 운영하는 장계환씨
제주광어로 만드는 101가지 창작 요리
광어 참맛은 여기! 애호가·블로거 인정

제주광어로 할 수 있는 101가지 창작요리가 있다고? 101마리 달마시안(동화)이나 101번째 프로포즈(영화)는 들어봤어도 광어요리는 생소하다. 한 가지 재료, 광어(넙치)만을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전문요리점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제주시 이도택지지구에 위치한 ‘ㅌ 요리전문점’이 문을 연지는 1년이 조금 지났다. 신축 건물이 들어선 주변지역에 보조를 맞추듯 가게 또한 새 건물답게 외부 인테리어가 깔끔하다. 가게 주인장 장계환씨(46)가 평생 모은 재산을 쏟아 부은 곳이다.

가게를 차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장씨의 ‘광어사랑’은 남달랐다. 광어와의 인연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간다. 양식장에 수산의약품을 납품하던 장씨는 광어 양식기술이 개발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광어에 인생을 바치기로 했다.

“당시 수십 곳에 불과했던 양식장이 급격히 늘면서 수백 곳에 이르더라고요. 새로 만들어지는 양식장은 대량양식 기술 덕분인지 광어 전문이었죠. 노력만 한다면 광어 하나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어요”

장씨의 유년시절은 가난하고 어려웠다. 학업을 지속하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가진 건 몸뚱아리뿐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악착같이 일하고 돈을 모았다. 수산의약품 납품사업은 늘어난 양식장에 비례하며 번창해 갔다.

“사업 성공을 위해선 뛰어난 영업 수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성패는 인맥 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더군요. 도내 100여 곳이 넘는 양식장 사장님과 형님·아우하면서 친분을 쌓았죠. 이것이 사업성공의 밑바탕이었어요”

10여년 노력 끝에 가난에서 벗어난 그는 만학도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 05학번 대학생이 됐다. 장씨가 선택한 전공은 현장 경험을 살린 해양생산과학부 증식학전공.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제주광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문음식점을 지정해 지원한다는 것. 광어 주산지인 제주에는 전문요리점이 없어 ‘대표횟감’이라는 명성을 무색케 한다는 점을 장씨는 잘 알고 있었다.

요리사 출신은 아니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광어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어 도민과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싶었다. 그의 아이디어를 담은 사업제안서와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준비한 끝에 제주도로부터 지정받는 영광을 안았다.

“제주광어가 유명해도 어디서 제대로 먹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제주광어의 참맛은 2kg 넘는 대광어에서 찾을 수 있어요. 제주산 다른 어종으로 메뉴를 만들어도 무방하지만 오직 대광어 하나만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회전문 최고 주방장을 영입하고는 저렴하면서 도톰한 횟감으로 손님을 맞이한 지 1년을 넘겼다. 광어 맛을 제대로 아는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장씨의 가게 이름만 쳐도 블로거들이 남긴 방문기, 음식 소개가 넘쳐난다.

제주산 전복·문어·새우 등 10여가지 전채요리는 기본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선가스, 제주의 향토음식인 빙떡·쉰다리 등을 제공하며 도민·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가게 주변 텃밭에서 가꾼 상추·고추 등 무농약 청정 식재료는 단연 으뜸이다.

“광어 하나만을 가지고 퓨전 요리를 개발하는 등 101가지에 이르는 메뉴를 만들어 봤어요. 물론 실제 적용 가능한 메뉴는 그에 못 미치죠. 그만큼 영양이 뛰어난 광어가 최고 요리감으로 매력 있는 재료라는 것을 증명해 낸거죠”

광어에는 간과 눈 건강에 이로운 타우린이 100g당 169mg으로 풍부하고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이 다량 함유돼 있다. 또 비타민D와 라이신이 풍부해 어린이 발육촉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영양 면에서도 대표자리 할 만하다.

“속담 중에 ‘넙치 눈은 작아도 먹을 것은 잘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겉은 신통치 않아 보여도 속은 알찬 것이 넙치에요. 3월 산란을 앞둔 광어는 요즘 먹이를 많이 먹고 잘 자란 상태로 크고 살이 많을 시기여서 참맛을 즐기시는 적기랍니다”

최근 수산물수입 증가와 소비감소 등으로 도내 어업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제주산 수산물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 어업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장씨의 바람이다.

/한종수 기자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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