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체인점 홍수속에서 20년째 꿋꿋히 자리지켜
재료비 올라도 가격은 그대로, 인심과 친절이 비결

제주시 용담1동의 삼일베이커리는 과거에 흔히 볼수 있었던 동네빵집이다. 요즘은 대기업 계열의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동네빵집들이 서서히 문을닫고 있는 실정이지만 삼일베이커리는 20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삼일베이커리의 기세에 눌렸다. 3년전쯤 삼일베이커리 인근에 들어섰던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지난해 결국 손을 들고 나가버렸다.

삼일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변승건씨(53)는 “어느 프랜차이즈 제과점하고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 친다. 쉴새없이 드나드는 손님들을 보니 변씨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변씨는 지난 1989년 지금의 자리에서 빵집을 시작했다. 당시 건설일을 하던 변씨는 자녀의 가정통신문 직업란에 그럴듯한 직업을 적겠다는 생각으로 빵집을 시작하게 됐다고. 아내의 형제들이 대부분 빵집을 하고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처음 빵집을 시작했을때만 해도 주변에 6개의 빵집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어느 빵집하고 붙어도 자신있다는 그의 말은 허언이아니었던 것. 그는 이같은 비결의 첫번째로 ‘친절’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1995년에는 ‘친절우수업소’로 선정됐다는 자랑도 했다.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친절함이 꾸준히 단골고객이 찾는 비결이라고.

또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정’도 삼일베이커리의 자랑이다. 변씨의 아내 고희순씨(51)는 “우리 가게에 오는 모든 손님은 삼촌이고 언니고 이모다. 호칭 뿐만이아니라 한번 오면 차라도 한잔 대접하지 않고는 못보낼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후한 ‘인심’도 빼 놓을 수 없다. 올해 초 부터 밀가루·설탕 등의 재료 값이 잇따라 올랐다. 밀가루와 설탕은 빵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만큼 이들 제품의 가격 인상은 곧 빵값 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씨는 재료 가격 인상에도 이전 가격 그대로 팔고 있다. 이전 가격이라는 것도 5년전에 책정했다고. 왠만해선 가격을 올릴 생각을 안하니 대량으로빵을 사기 위해 멀리서 방문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빵값이 저렴하다보니 5000원치의 빵도 한가득이다. 게다가 덤으로 빵을 더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신선함’도 변씨 가게의 자랑이다. 변씨는 당일 만든 빵을 당일에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빵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삼일베이커리에는 늦은 시간에 가도 푸짐하게 쌓여 있는 빵을 만날 수 있다. 그날 팔고 남은 빵은 동네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됐죠.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커서 돈 버는 욕심은 없어요. 장사하는 게 생활이고 재밌기 때문에 그만둘수 없는 것이죠. 앞으로도 꾸준히 장사하며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동네빵집의 유쾌한 행보가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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