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 노부타까 시장 “주민 삶 없애면서 건설할 필요있나”
수질악화·지역경제 파괴에 과감 결정…귀 닫은 제주와 대조

 다나카 노부타까 히토요시 시장. <오마이뉴스> 제공.

제주 해군기지 ‘공사중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도정은 귀 닫고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법·행정절차가 끝났다는 이유다. 도정은 손 쓰기엔 너무 늦었다며 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포기’했다. 이대로라면 도민사회의 요구를 거스르고 도정은 ‘정상추진’에 속도를 더욱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눈길을 제주와 이웃한 일본으로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공정률이 90%였던 가와베가와 댐 건설을 중단시킨 ‘대단한’ 시장을 인터뷰했다.

정부 앞에 고개숙인 국내 지자체장과 현격히 대비되는, 그저 상상으로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바람을 ‘현실화’한 인물은 일본 구마모토현의 다나까 노부타까(田中信孝) 히토요시 시장이다.

일본 규슈 섬 가와베가와 강 상류에는 높이 107.5m, 총 저수량 1억3300m³ 규모의 댐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해군기지 처럼 국책사업이었다. 1966년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곳의 공정률은 90% 정도다.

이미 수몰 예정지 주민에게 1억3000만 엔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예산을 투입해 대체도로를 만들고 학교도 지었다.

하지만 다나까 노부타까 시장은 댐 건설을 중단했다. 댐이 수질을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마저 완전히 파괴했다는 이유다.

구체적인 경제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정부와 국방부의 요구에 따라 마냥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도정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노부타까 시장은 “주민들은 강과 공생을 하면서 자연환경을 지키고 싶어했다. 하지만 댐 건설이 확정되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재해는 콘크리트 덩어리로 막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 그 많은 자연환경과 희귀동식물들을 희생시키고 주민 삶의 터전도 없애면서 그런 댐을 건설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의지를 전달했다.

댐 건설 예정지는 강정마을 처럼 은어가 살고 있고, 어민들의 생활터전이다. 노부타까 사장은 “댐 하류 지역은 수질 악화로 죽음의 하천이 될 것이다. 그럼 은어도 죽는다. 어민도 생활을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댐 건설 기간에는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에서 댐을 건설하면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없다. 대기업 건설회사만 이득이다”며 “몇백 년, 몇천 년에 걸쳐 강과 함께 생활하면서 만들어진 문화가 수장된다.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그 문화 속에서 소득을 올려 왔던 사람들이 계속해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큰 이득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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