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의회 교육위원회 문턱 못넘어…장기표류 가능성
찬-반 첨예하게 대립…교육의원들 '눈치보기·책임전가' 급급
교권 수호한다는 명목하에 '에이즈-동성애 조장' 주장 눈살

코로나19로 등교개학이 미뤄지던 지난 3월. 학생들이 도로위로 나섰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면서 말이다.

2017년부터 준비해왔다는 제주학생인권조례TF가 그간 수집한 학생인권 침해 사례는 "소지품 검사시 노트북 프로그램, USB까지 검사한다", "여학생의 의복이 학생답지 못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이 계속된다" 등 다양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에게 밤에 성매매에 종사하기 때문에 밤에 잠을 못자느냐고 물었고 이러면 커서도 밤일을 할 것이라 말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기자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 이말이 가슴에 와 닿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교사와 학생간 갑을 관계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제주도의회에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이 대표 발의되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7월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상정 보류된데 이어, 지난 23일에도 결국 심사보류로 교육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한데 따른 것이다.

학생들을 비롯해 전교조,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조속한 조례 제정을, 일부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 교총 등은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

도의회 회기를 앞두고 연일 기자회견과 논평, 보도자료, 서명운동 등 장외전이 벌어지면서 말이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대립이 아니라는 찬성측. 그러나 반대측은 학습권 침해와 교권을 더욱 추락시킬 것이라며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학생임신을 합법화 하고, 에이즈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교육의원들 역시 학부모단체와 교총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며 학생인권조례에 난색을 표했다.

지난 23일 교육위원회 심사에서도 "의원들은 교육당사자가 아니다", "집행부인 교육청에서 제정을 해야할 것을 왜 교육위로 넘겨서 의원간 갈등을 만드느냐", "이석문 교육감의 공약사항인데 손 놓고 있다" 등 교육청의 책임을 추궁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다음번에 심사할때 참고하겠다며 학교 인권침해사례, 교권 침해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결국에는 책임전가다. 만약 인권침해사례, 교권침해사례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조례 제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2번째 상정·심사보류다. 다른 것도 아닌 학생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출발점인데 말이다.

학생들의 손에서 시작한 '제주학생인권조례'가 어른들의 손에 막히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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