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귀택지지구 CCTV 갈등 바라보며
진통 끝 지난해 일방통행 지정…일부구간 불법주정차 지속
마을회 “조속한 설치”vs반대측 “주차시설 확충, 동의 후 단속”
실력 저지에 항의방문까지…단체 이기주의 님비현상 ‘눈살’

하귀택지지구내 CCTV 설치 예정지 도로.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도로 한쪽이 점령당한 모습이다."

"우리 가게 앞 주정차 단속 CCTV는 절대 안돼"


하귀택지지구 내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CCTV 설치가 추진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실력저지에 나서며 좀처럼 교차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계속된 진통 끝에 지난해 일방통행 사업이 완료된 구간.

그러나 불법 주정차가 계속되며 일방통행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흔들림 없이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마을회. 주차시설 확충을 선행하고, 이후 주민 7% 이상 동의를 받은 후 단속하라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15일에는 반대측 30여명이 제주시청을 항의 방문해 CCTV 설치 유보를 요구했다.

안동우 시장을 향해 ‘살려달라’며 큰절을 하는 퍼포먼스까지 펼치면서 말이다.

#수년간 묵은 갈등. 해결은 요원

택지지구내 불법 주정차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5월 하귀1리 개발위원회에서 일방통행제 지정을 건의하고, 7월 애월읍과 하귀1리 마을회간 일방통행 지정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된다.

이듬해 1~2월 주민 10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37명이 찬성하며 70%의 찬성으로 일방통행 추진이 결정됐다.

그러나 상인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반대측에서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데 이어 교통시설심의에서도 주민의견 보완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반대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천막농성을 하며 당초 계획에서 일방통행 12구간의 도로 폭 상관없는 양방통행으로의 변경을 요구했고, 제주시가 이를 수용하며 일방통행 사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양방통행 구간의 불법 주정차가 끊이지 않으며 마을회에서 ‘일방통행 취지를 훼손한다’며 불법 주정차 CCTV 설치를 요구했다.

지난달 25일 하귀택지지구 주정차 단속 CCTV 설치 터파기 공사 현장. 반대 주민들이 실력저지에 나서며 결국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채 철수했다.

#불법 막는 규제봉도, CCTV도 ‘NO’

하귀 택지지구의 주차장 현황을 보면 공영 18개소 258면, 공한지 33개소 456면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주차공간이 충분히 조성돼있다.

그럼에도 양방통행 구간에 불법 주정차로 인해 차량 통행이 힘들정도로 불법 주정차가 만연하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에 제주시는 도로 중앙과 가로변에 차선 규제봉을 설치하는 것으로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상인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지난달 26일에는 주정차 단속 CCTV 2대 신규설치와 1대 이설작업을 위해 터파기 공사를 추진했으나 상인들을 비롯한 반대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나서며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터파기 구덩이 속에 들어가고, 예정지에 누워 몸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신규 CCTV 설치 구간 중 1곳은 50m도 떨어지지 않은 대도로변에 주정차 단속 CCTV가 설치돼 있으며, 1시간에 1~2대의 차량도 잘 다니지 않아 교통혼잡을 야기하지 않고 사고 유발 위험성도 없는 공한지 옆 도로 주정차가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반대측의 주장이다.

당시 반대주민들은 5일안으로 중재안을 제출하기로 했고, 제출된 중재안에는 ‘주차장을 추가 조성해주면 CCTV를 설치 논의를 할 것. 설치 후 단속에 있어서도 주민 동의 70%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귀택지지구 내 공영주차장. 인근 일방통행 구간 불법 주정차가 만연함에도 텅빈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완고한 행정, 설치 여부 ‘귀추’

제주시는 내달까지 CCTV 설치를 마무리한다는 기본 방침을 잡았다.

단 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당초 1개 이설-2개 신설에서, 1개 이설-2개 신설-감지기 추가설치로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불법 주정차로 인해 일방통행의 근본적 취지를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안동우 시장도 “상업시설도 아니고 단순 도로로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단속을 한다해도 영업에 큰 지장을 없을 것”이라고 피력하며 주정차 단속 CCTV 설치 입장을 시사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공한지 주차장 및 공영주차장은 텅텅 비고, 불법 주정차가 만연한 곳이다”며 “지역주민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CCTV 설치를 조건으로 주차시설 증축이나, 주민 70% 동의 후 단속은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설치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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