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본부, 거문오름용암동굴계 형성시기 재확인
4년에 걸쳐 3가지 연대측정법 적용, 그간 형성시기 논란 해소

낙반 내 규암 조각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형성시기에 대한 그 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고순향)는 새로운 제3의 연대측정법을 적용, 만장굴을 비롯한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약 8000년 전에 형성되었음을 재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2000년대 초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획득된 K-Ar연대측정 결과를 토대로 20~30만 년 전 형성된 비교적 오래된 용암동굴로 인식돼 왔다. 이후 2016년 당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옛 세계유산본부)에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광여기루미네선스 연대측정을 통해 약 8000년 전이라는 매우 젊은 연대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두 연대결과 사이에 차이가 너무 컸을 뿐만 아니라, 기존 화산암을 직접 분석하는 연대측정법(K-Ar, Ar-Ar 등)과 달리 용암류 하부의 고토양을 분석하는 새로운 연대측정법(방사성탄소연대 및 광여기루미네선스 연대)에 대한 학계의 신뢰가 그리 크지 않았던 까닭에 그 형성시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라산연구부는 2016년 거문오름 연대를 보고한 이후 지속되는 논란을 해소하고,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의 형성시기를 보다 명확히 밝히기 위해 제3의 새로운 연대측정법인 (U-Th)/He 연대측정법을 적용해 약 9000년(오차 1800년)의 연대를 얻었다.

동굴내부 천정 규암 조각
저어콘 입자들

연구과정 및 방법을 간략히 소개하면, 만장굴 내부 용암 내에 박혀 있는 규암에서 저어콘이라는 광물을 분리해 호주 커틴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U-Th)/He 연대측정을 실시했다. 이 연대측정법은 한라산 일대의 백록담, 삼각봉, 영실 등 한라산의 주요 오름들의 형성시기를 밝히는데 활용된 된 분석법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저어콘은 우라늄 함량을 많이 가지는 광물로, 저어콘 내 우라늄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헬륨(He)의 양을 측정해 연대를 측정한 것이다. 특히 He는 불활성 기체로 약 200℃ 이상의 온도에서 빠르게 저어콘 밖으로 방출된다.

때문에 현재 만장굴 내 용암에 박혀 있는 규암은 용암동굴이 형성될 당시 1150℃에 달하는 용암에 굽혀 저어콘에 축적되었던 헬륨이 모두 방출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후 용암이 200℃ 이하로 식은 후 유지된 시간 동안 새롭게 He이 형성되게 되는데 그 양을 측정하여 연대를 얻은 것이다.

결국 이러한 연대결과는 ‘규암이 용암에 굽힌’ 즉 용암이 분출한 시기를 지시하는 것이다.

한라산연구부 안웅산 연구사는 “이번 연구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형성시기를 보다 명확히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에서 직접 연대를 측정하기 어려웠던 일부 용암류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측정 기법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향후 제주 오름들의 연대측정에 확대 적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과는 공동연구를 추진해 온 호주 커틴대학팀과 국제학술지에 투고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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