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아파트 지회장 김춘열씨

어릴적 꿈은 공무원 지금은 공무원과 지리한 싸움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민주노총 제도본부의 천막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우성아파트 지회장 김춘열씨(51)도 우성아파트 관리비 불법 사용과 관련해 제주도정이 조사에 나서길 요구하며 투쟁을 함께 하고 있다.

공무원을 상대로 지리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씨의 어렸을적 꿈은 공무원이었다.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아 스스로 자립해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것. 그리고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1980년 교육청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하지는 못했다.

“공무원이 된 첫 해 말에 위에서 전화가 왔어요. 과학기교재 구입비용으로 100만원짜리 영수증을 처리한 뒤 100만원을 돌려달라는 거에요. 저는 부정한 일이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거절하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이같은 요구를 하더군요. 결국 100만원을 돌려줄테니 받았다는 교육장의 확인도장을 요구했어요. 그제서야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더군요”

그일로 미운털이 박힌 그녀는 각종 시달림을 받아야 했고, 결국 3년만에 스스로 공무원을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해 회계학을 전공하게 됐다. 3학년 때부터는 고시학원 등에서 회계학 강사일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계속했다. 그런데 지난 1996년에 강사일을하던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월급 대신 학원에서 발행하는 책을 가져가라고 했다. 김씨는 당시 주택관리사 교재를 받아간 것을 계기로 아파트 관리소장일을 시작하게 됐다.

1998년 신천지아파트에서 첫 관리소장일을 시작한 그녀는 2001년부터 우성아파트 일을 시작하게 됐다. 우성아파트에 부임한 그녀는 아파트 관리비가 주민대표회의 회장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에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공무원 일을 하면서 느꼈던 비리에 대한 충격을 또다시 느꼈죠. 아파트 대표들이 주민들의 재산을 멋대로 사용했어요. 아파트와 관련된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면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죠”

그녀가 증언하는 이권다툼은 끊이 없다. 저수조·정화조 업체를 선정한 뒤 업체로부터 사례금을 받거나, 가스업체 선정 입찰에서는 최저가를 미리 알려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자치단체에서 받을 각종 보조금은 대표자회의의 밥값으로 사용되기 일쑤다.

이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지만 주민들은 세입자라는 이유로, 또는 이웃과 다툼이 생길 것을 우려해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악역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우성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복직돼 일하기는 쉽지 않겠죠. 이번 일이 해결되더라도 관리소장 일을 그만하고 싶어요. 다만 제주도내 공동주택에 만연한 관리비 불법 사용 비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관심이 늘어나면 행정당국도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겠어요”

대학생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한 그녀는 천막농성이 시작된 뒤로 가정일에 거의 손을 못쓰고 있단다. 하지만 자녀들은 그런 엄마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그녀가 오늘도 천막농성에 나서는 또다른 이유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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