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수업 발표 직후 전국 최초 등교생 사전검사 대대적 홍보
7만8000여 학생 전수 현실적 무리…'발열·호흡기' 한정 선회

지난 4일 관계부서 회의를 주재하는 원희룡 제주지사.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싱가포르의 등교개학 이후 확진자 급증을 예로 들며 선제적 사전검사를 지시했고, 이에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등교생 대사 사전검사를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 등으로 이틀만에 의심증상자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발 물러났다.

교육부의 등교수업 발표 직후 전국 최초로 등교생 코로나19 사전검사를 발표했던 제주도정이 이틀만에 우선순위를 정해 검사하겠다고 말을 바꾸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4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오는 20일부터 초중고 순차 등교(일주일 간격)를 발표했다.

대입일정 등이 빠듯한 고3의 경우 13일부터 우선 등교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발표 직후 제주도정은 '제주도, 전국 최초 등교생 대상 코로나 사전검사' 제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원희룡 지사가 관계부서 긴급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등교수업 재개 후 집단감염이 폭증한 싱가포르 사태를 언급하며 "교내 확진자 1명이 나오면 학교가 폐쇄될 수 있다. 선제적인 코로나19 사전 검사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또한 등교생 대상 선제적 코로나19 사전검사를 적극 추진방침으로 제주도교육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보도자료내에 명시했다.

'전국 최초'를 강조하는 제목과 내용을 보면 등교하는 전 학생을 대상으로 코로나 사전검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도내 언론 역시 등교생 전수를 대상으로 사전검사를 하겠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제주도의 이같은 호언은 이틀만에 우선순위 검사로 한발 물러났다.

6일 오전 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협의만 이뤄지고 있을뿐 이렇다할 방침이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도내 초중고 191개교에 학생 7만8000여명, 교직원까지 포함하면 8만명이 넘는 인원을 등교수업 이전 전수 사전검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는 것이다.

진단키트는 물론 투입될 인력 부족 등의 이유다.

한 관계자는 "원희룡 지사가 사전검사를 중요하다는 말을 한것인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사전검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도정에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제주도는 이날 '고3 대상 코로나19 선제검사 실시' 수시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등교개학 방침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고3 및 교원 중 '14일 이내 타 지역 방문 후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타 지역 방문이력이 없지만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등을 우선순위로 두고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틀전 전국 최초 등교생 사전검사를 강조하던 것과는 달리 일반적인 수준의 코로나19 검사와 다를게 없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방역 치적 홍보에만 급급하며 일선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학생 안전과 관련된 것인만큼 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발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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