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의 생활과 재산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가안보도 중요하다.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은 양립할 수 밖에 없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강정주민들을 보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도지사가 해야 될 일이라고 느꼈다.
 
이를 위한 후속조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 지난 27일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지 6주년이 되던 날 우근민 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얘기했다지요. 여기엔 우 지사가 그토록 강조해온 ‘윈 윈 해법’의 ‘본색’이 담겨있습니다.

뭔가 다를것이라고 믿었던 ‘우근민 도정’과 9대 도의회마저 해군기지 문제를 외면하고 나몰라라 하는 가운데 외롭게 1인시위를 이어가는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언급은 ‘립서비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요.

국가안보의 망령
이날 기자회견의 주 메뉴는 “평화산업을 제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세계평화의 섬을 한차원 높이기 위해서 격년제로 열리는 제주평화포럼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이름을 바꿔서 해마다 열고 경제와 환경을 포함한 의제를 다룰것이라고요.

그 전날인 26일 이명박정부 들어 처음 열린 4·3중앙위원회에서 이뤄진 4·3희생자·유족 추가 결정과 4·3평화공원 3단계사업계획안 의결에 대해 우 지사는 “화해와 상생을 원칙으로 제주 4·3을 해결하고 나아가 진정한 평화를 구현하는데 큰 기여를 할것으로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계평화의 섬과 평화산업, 4·3, 해군기지에 대한 얘기들을 듣다보면 고난위도의 퍼즐의 수렁에 빠진듯 혼돈이 생깁니다.

지난 2003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된 4·3에 대해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사과하면서 “4·3의 소중한 교훈을 승화시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의 모든 분열과 대립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평화의 길을 열자”고 했었지요.

지난 2005년 1월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선포한 것은 그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실세총리’였던 이해찬 총리도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이 제주 세계 평화의 섬의 완성판”이라고 했구요.

국가안보는 무엇입니까. 무고한 도민들이 영문도 모른채 희생된 4·3, 이승만 독재정권과 유신·군부독재정권은 국가안보의 망령입니다.

최첨단 이지스함을 포함한 1개 기동전단과 2개 잠수함 전대, 육상지원전대를 포함한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이 진정으로 국가안보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인지요. ‘세계평화의 섬이자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는 제주가 해군기지 건설로 일본·한국·인도를 잇는 미국의 중국 ‘초승달 포위전략’에 편입돼 세계 열강들의 동북아 패권경쟁의 한가운데로 빠져 ‘제2의 오키나와’가 될 운명에 처했다’는 해외언론과 국내외 전문가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등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에 왜 귀를 닫습니까.

검증되지 않은 국가안보 논리와 대양해군에 대한 해군의 욕심에 ‘충성’하면서 해군기지가 세계평화의 섬과 양립 가능하다고 말하는게 진정 제주와 제주도민들을 위한 길인지 묻고 또 묻습니다.

삶의 질은
국가가 됐던 누가 됐던 그 누구도, 어떤 명분으로도 ‘주인’인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소중히 지켜온 가치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리고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삶의 질의 높고 낮음은 얼마나 배불리 먹고사느냐가 아니라 민주국가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자존감, 환경·문화 향유, 가치 추구의 자유 등의 여하에 따라 판가름이 나는 것이겠지요.

대대로 누려온 삶의 터전과 환경, 평화·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려 몸부림치는 강정마을에 기어이 해군기지를 만들고 지역발전종합계획인가 뭔가 해서 길을 크게 내고 건물이며 상가 같은 것들을 짓는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거라 생각하시는건 ‘설마’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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