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주민 실랑이 끝에 중단…추후 지속될 듯
절대보전지역 항소심 무시…주민에 통보없어

‘경관 1등급’이자 ‘절대보전지역’인 강정 중덕 해안가에서 굴착기가 기습 공사를 벌여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주민들과 합의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 공사여서 “갈등을 수습하겠다”던 우 도정을 향한 불신과 비판이 더욱 커지게 됐다.

20일 아침부터 진행된 공사는 오전 11시경 강정 주민들에게 발각돼 10분여 동안 실랑이 끝에 중단됐다.
현장 확인결과 이날 공사는 범섬과 가깝게 마주보고 있는 중덕 해안가 왼쪽에서 진행됐고, 굴착기가 해안가 바위를 부순 흔적이 역력했다.

주민들의 만류로 중단돼 바위훼손 범위가 그리 커보이지 않지만,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절경을 자랑했던 중덕 해안임을 감안하면 공사로 인해 훼손된 광경은 주민·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공사는 제주도나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에 전혀 통보없이 진행돼 주민들의 더욱 큰 분노를 샀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공사를 진행하는 공사를 왜 진행하냐고 물어보니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며 “서귀포시가 농지전용 토지를 이미 도로전용으로 허가했다며, 공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서귀포시에서 해군기지 T/F팀을 신설했는데, 해군기지를 정상적으로 추진하며 갈등해소에 나서겠다는 목적”이라며 “고창후 서귀포시장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주민은 “현재 절대보전지역 해제 취소 항소심이 진행중인데, 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만약 소송에서 이기면 훼손한 바위를 원상복귀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주민은 “이번 공사를 시작으로 계속 공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를 위해 대형장비가 다니는 길을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인 듯 하다”고 밝혔다.

이날 공사에 대해 제주도·서귀포시는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제주해군기지갈등해소추진단 관계자는 “공사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서귀포시 관계자 또한 “해군기지는 법·행정적으로 공사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절차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통보없이 공사를 진행한 듯 보인다”고 밝혔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진행된 이번 공사에 대해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정부의 명확한 지원대책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식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현 상황에 대해 도정과 의회가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해군기지 건설에 있어서 주민을 비롯한 도정, 의회는 사실상 정부·해군기지사업단의 의지에 꼼짝없이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

해군기지를 둘러싼 도민사회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강행되는 상황에 도정과 의회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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