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간식 맛 코스 - 동문시장 & 제주시청 인근
제주시를 누볐다. 오로지 ‘겨울간식’을 먹기 위해서다. 바람이 매서웠다. 당장 어묵국물을 들이키고 싶었지만 찬찬히 ‘간식’의 포진형태를 살펴야 했기에 욕심을 누그러뜨렸다.
코스는 제주시 동문시장과 제주시청 인근 거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시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군데군데 젊은 층을 겨냥한 ‘아이템’이 돋보이는 간식이 많다.
그리고 거리마다 ‘색깔’과 ‘메뉴’가 뚜렷했다. 제주시청 인근 거리는 다양성과 특정 연령을 겨냥한 음식들이 돋보인 반면 동문시장은 역사와 전통에 맞게 전통 간식들이 진용을 형성했다.

# 동문시장
제주시 동문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간판은 ‘분식점’이다. 10년된 분식점이 몇 군데 있는 만큼 인지도가 높은 명소가 여전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시장 전체적으로 활기는 떨어져보여도 분식점 내 인파는 ‘명불허전’이다.
그리고 시장 입구에 줄지어 선 ‘호떡’ 및 ‘어묵’ 노점상들이 추운 겨울을 잊게했다. 어디서 먹을까 고민이 시작된다. 기름과 녹아서 끈적해진 황설탕이 손에 덕지덕지 묻지만 어느새 홀딱 빠진 맛에 체념불구하고, 손가락을 쪽쪽 빨게 한다.
여기에 동문시장에서 익히 유명한 커다란 크기의 팥도너츠를 빼놓을 수 없다. 팥 앙금보다 빵과 빵을 듬뿍 덮은 설탕으로 승부하는 동문시장 특유의 ‘도너츠’도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간식이다.
그럼 동문시장에서 맛 본 대표적인 ‘겨울간식’을 만나보자.

 △사랑식
동문시장을 한번 쯤 방문한 이들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성지(?)’ 같은 곳 ‘사랑분식’. 이 곳에 가면 반드시 ‘사랑식’은 맛봐야한다.
사랑식은 떡볶이 국물에 김밥 한 줄, 튀김만두 네 개, 가래떡, 오뎅, 계란 한 개가 한 접시에 나온다.
사랑식을 먹을 땐 입이 커야 한다. 가래떡과 김밥을 꼭 같이 찍어 먹어야 한다. 가래떡과 김밥을 절반가량 먹었으면 남은 김밥, 오뎅, 계란을 사정없이 으깬다음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한다.
두 사람이 돈이 궁할 땐 괜히 메뉴를 따로 시키지 말고 ‘사랑식’ 1인분 시켜 먹으면 돈도 절약하고 배도 충분히 부르게 하는 ‘효율성’이 높은 간식 중 하나다. 사랑식 1인분이 3000원이니, 1인당 1500원으로 만족할만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호떡
동문시장 입구를 장식하는 몇 개의 노점상에서 먹는 호떡맛이란 절대로 잊을 수 없다. 동문시장에 가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다.
철판에 기름을 자작하게 부어 밀가루 반죽을 한 줌 뜯어내 달궈진 철판위에 올린다. 반죽 위로 황설탕을 충분히 뿌린 뒤 납작하게 눌러 충분히 구워낸다.
넉넉한 인심덕에 호떡 크기가 예사롭지 않다. 크기가 꽤 커서 1000원이면 두 사람이 하나씩 충분히 나눠 먹을 수 있다. 음식을 먹은 뒤 디저트로 딱이다.
물론 생산공정(?)상 기름과 설탕이 많이 흐르기 때문에 새옷을 입었다면 묻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할 것!

△팥 도너츠
세 개에 1000원하는 동문시장에 유명한 팥 도너츠는 일단 양이 많기로 유명하다. 하나만 먹어도 꽤 배부를 정도니까. 거기에 겉면에 설탕을 충분히 묻혔기 때문에 꽤 달콤한 맛을 낸다.
‘팥 도너츠’이지만 팥 앙금이 시중에 파는 단팥빵보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다. 시장의 정취와 어우러진 도너츠 특유의 달콤한 맛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꽤 싼 편이고.
게다가 말만 잘 하면 서비스 한 개는 그냥 넣어주니 인심도 넉넉히 느낄 수 있고, 빵집에서 파는 빵과 다른 매력을 혀로 즐길 수 있으니. 이번 겨울, 팥 도너츠 씹으면서 시장 구경 어때요.

# 제주시청 인근 거리
제주시청 인근의 겨울간식은 다채로운 메뉴를 자랑한다. 전통 간식인 붕어빵, 호떡을 비롯해 신규 메뉴인 타코야키, 토스트, 용가리빵, 소시지빵 등 새로운 스타일의 간식이 오감을 자극한다.
젊은 연령대 이들이 주로 다니기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간식들이 서로 위용을 뽐낸다. 그래서 취향대로, 식성대로, 용도대로 자신에 맞는 간식을 찾아 즐기는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간식에 적응하지 못하면 제주시청 거리가 꽤 어색해질 수 있지만, 그래도 한번 맛들이면 은근히 중독되니 겨울철 몸매관리에 신경쓰는 분들이라면 유념하시길.
그럼 ‘제주시청 거리’에서 맛본 대표적 겨울간식을 만나보자.

△타코야끼
무슨 맛이라고 평가해야 할까. 오묘하다. 무엇으로 만들었지? 동글동글한 완자 비슷한 음식이다. 타코야끼는 보통 타코야키 분말, 가쓰오부시, 타코야키소스와 더불어 물, 달걀, 삶은문어, 양배추, 파, 마요네즈 등으로 만든다.
일본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뿌리내리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 발전됐다. 타코야끼 틀에서 잘 익은 타코야키는 꺼내서 타코야키소스와 가쓰오부시를 뿌려 먹게된다.
분말 특유의 맛과 문어가 씹히는 맛, 여기에 소스의 톡쏘는 맛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한다.
타코야끼는 최근 제주에 진출해 겨울철 들어 많은 이들이 찾는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밖에서야 맛있게 즐기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좀 어려울 듯.

△토스트
제주시청 인근 한국은행 제주지점 입구 맞은편에 보면 한 노점상에서는 1500원짜리 토스트를 판다.
이 토스트가 은근히 인기가 많다. 특히 대리운전 기사들의 지지를 얻으며 지금 같은 겨울철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버터를 바른 철판 위에 식빵을 노릇하고 굽고, 계란과 샐러드용 야채, 양파 등을 섞은 내용물을 두툼하게 지져낸 후 위에 케찹 혹은 설탕을 뿌려 식빵에 올려서 먹으면 은근히 밥 대용으로도 괜찮은 ‘작품’이 된다.
특이하게 이 토스트는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끼워서 주기에 나름 걸으며 먹기에도 수월하다.
판매하시는 분께 미안한 얘기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밖에서 먹는 맛을 재현하진 못하겠지만.

△용가리빵
붕어빵과 달리 ‘용가리’ 모양을 하고 있는 용가리빵은 특히 제주시청에서 만날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천편일률적인 붕어빵 대열에서 다른 위치를 점하는 ‘용가리빵’은 이른바 제주시청 거리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대표적인 겨울간식 메뉴로 각광 받고 있다.
제주시청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맛볼 수 있고, 용가리빵에는 팥도 들어가지만 슈크림도 들어가기에 기곤 붕어빵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경쟁력 만큼은 타 간식에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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