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간식 코스 -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솔직히 분위기는 제주시내 시장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일단 거리면에서는 깔끔하다. 전체적인 시장 디자인이나 시설 면에서도 우월함을 보인다. 그래서 겨울간식을 기품(?)있게 즐기기에도 괜찮은 곳이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이다.

올레가 포함된 시장명칭 때문인지 시장 거리를 올레 코스처럼 조성한 것도 눈에 띈다. 거리의 폭도 꽤 넓어서 인파에도 혼잡하지 않다. 연인들이 겨울간식 베어물면서 여유있게 걷기에도 꽤 괜찮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장이라 그런지 인심도 넉넉하다. 뭐 하나 사면 기본으로 몇 개는 더 넣어준다. 다른 시장처럼 한 곳에 간식 노점상을 모아놓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시장 군데 군데 간식을 먹을 곳이 흩어져 있어서 다닐 때마다 마음 내키면 언제든 간식을 사먹을 수 있다.

서귀포라 제주시에서 멀리 떨어진 것만 빼놓고는 겨울간식을 즐기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는 곳이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이다. 한번 방문하면 또 가고 싶고, 그 곳에서 파는 웬만한 간식들은 다 먹고 싶어진다.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제주의 전통음식과 현대 간식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도 바로 매일시장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간식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에 괜시리 자꾸 지갑을 열게된다.

제주산 보리빵 뿐 아니라 이제는 제사상에서만 볼 수 있는 상에떡도 맛볼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국화빵이 건재하며, 직접 손으로 만든 따끈한 두부도 미각을 자극한다. 여기에 전통 간식인 붕어빵, 호떡, 군밤, 군고구마, 분식 등이 곳곳에 퍼져있으니 간식만 찾으며 돌아다녀도 시간이 훌쩍 간다.

간식 먹으며 도란도란 상인 분들과 수다를 떠는 맛도 꽤 쏠쏠하고, 애교 떨면서 몇 개 인심으로 얻어먹으면 우리네 시장이 얼마나 아늑하고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곳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대형마트와 천편일률적인 24시 편의점에 지겨웠던 분들, 한 달에 몇 번은 시장을 찾아 화려한 간식의 세계에 입문하심 어떤지. 그럼 서귀포매일 올레시장에서 맛본 대표적인 겨울간식을 소개한다.

△모닥치기
명소 중의 명소 ‘새로나 분식’에 가면 ‘모닥치기’를 먹을 수 있다.
제주어를 활용한 메뉴명으로 보이는데, 해석하면 “한 번에 모든 것을 무더기로 쏜다”고 읽을 수 있겠는데, 물어보니 이 집이 원조란다. 자신하시는 거 보니 그런것도 같다. 물론 서울 장충동 족발집은 모두 자신들이 원조라고 하니 쉬이 알 길이 없다.

모닥치기 메뉴는 두 종류. 4000원의 ‘미니 모닥치기’와 6000원 ‘모닥치기’가 있는데, 두 명이 가면 미니를 먹어야 하고, 세 명 이상 가면 6000원짜리를 먹어야 한다.

큰 접시에 떡볶이와 함께 김밥 한 줄, 만두, 오뎅이 들어가 있다. 이는 동문시장의 ‘사랑식’과 같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 음식이 하나 추가되는데 바로 ‘김치전’이다. 떡볶이 국물에 찢어 놓은 김치전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굉장히 오묘하게 매력적인 맛을 제공한다.

몸매를 신경쓰는 이들이야 탄수화물 천지라며 기피하겠지만, 호기심 삼아 먹어보면 굉장히 입맛을 자극한다.
이 메뉴 역시 ‘사랑식’ 처럼 김치전 조각과 김밥, 가래떡, 오뎅을 한데 찍고 먹어야 한다. 입을 더 크게 벌려야 한다.

김치전과 김밥이 있어서인지 매운 맛을 가시게 하면서, 김치전 특유의 기름맛도 없애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은근히 조화가 괜찮다. 참 재밌는 구성이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 가면 꼭 들러서 맛 보길. 사장님께 하루에 몇 접시가 팔리냐고 물으니 영업비밀이라며 답하지 않으셨다. 흠~

△국화빵
서귀포 매일시장 가운데 블록에 보면 작은 공간에 국화빵을 파는 할머니가 계신다.
제주시내에서는 붕어빵이 대세여서 국화빵을 만나기 힘든데,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에서 오랜만에 해후했다.

가격도 굉장히 싸다. 4개에 1000원. 할머니가 30년 이상 한 곳에서 장사하셨다하니 얼추 따져봐도 이 국화빵은 시장 내 음식 중에서도 어른 중에 어른이다.

고맙게도 할머니가 4개를 그냥 주셨다. 돈을 받으시라고 해도 받지 않으셨다. 국화빵 반죽에 흑설탕 한 스푼을 올려 뜨끈히 데워내면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국화빵을 손에 쥘 수 있다.

오랜맛에 만나는 그 맛이란, 쉽게 형언할 수 없다. 예전에 먹은 국화빵 맛이 떠올려지기도 하고, 밀가루 반죽의 두께가 얇아서 그리 느끼하거나 텁텁하지 않다.

게다가 인심이 얼마나 좋은가. 4개를 그냥 주시다니. 그냥 먹기에도 죄송스러웠지만, 한편으로 맛보라고 흔쾌히 내어주신 것도 정말 고마웠다.

△상외떡(상에떡)
제주도 전통 음식인 상외떡(상에떡)이 시장에 있다.
요즘엔 술빵이나 보리빵 등으로 많이 알려진 빵과 비슷한 상외떡은 고려시대 원나라의 상화병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제주도 지방의 떡이다.

제주도에서는 쌀이 귀해 밀가루를 발효시켜 만든 상외떡을 제사상에도 올리고 삭망 때나 기제사 때 친척들이 이 떡을 만들어 대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가서 선사하는 풍속이 있다.

밀가루를 체에 내려 설탕을 넣고 중탕한 막걸리로 반죽한 뒤 따뜻한 곳에 두어 발효시킨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다시 치대어 공기를 빼주고 잠시 두었다가 둥글게 빚어서 찌는데 막걸리 특유의 향기가 밀가루의 질감과 어우러지면서 담백한 맛을 준다.

뻑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유연하지도 않은 적절한 질감과 식감을 자랑하는 상외떡이지만 요즘은 제사상에만 올려져서 시중에서 흔히 만나기가 쉽지 않다.

제사같은 때 대량으로 만들어서 남은 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쪄먹기도 하고, 김치까지 얹어 먹으면 그 맛은 생각만해도 군침돈다.

이 상외떡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으니, 빵 하나에 1000원으로 가격도 괜찮다. 일단 상외떡은 많은 양을 자랑하기 때문에 길거리 걸으면서 쪽쪽 뜯어서 먹으면 배가 꽤 부르다. 제주의 전통맛을 간식으로 만나는 기쁨. 누가 알랴.

△떡갈비 & 군밤·군고구마
담양 떡갈비와 군밤·군고구마를 먹는 기쁨도 남다르다.
제주시에서는 오일장에서 맛보는 떡갈비를 서귀포 매일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매일 만날 수 있는데, 철판에서 지져낸 떡갈비 꼬치를 먹는 맛은 겨울의 추위를 한번에 녹일 만큼 압도적이다.

여기에 아저씨들의 인심이 듬뿍 묻어난 군밤·군고구마도 별미 중의 별미. 추억의 철통 난로에 갓 구워낸 군밤과 군고구마를 손으로 까며 먹으면 이미 손과 입은 새까매져있다. 그래도 달콤한 밤·고구마의 특유의 맛이 입안을 휘저을 땐 누가 뭐라해도 겨울에는 군밤과 군고구마가 최고임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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