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하 <국립수산과학원 생명공학과 유전자원실>

▲ 강정하씨
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제주를 시작으로 이곳 부산에서도 지금은 조용하게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엊그저께 벚꽃 잎이 아련히 내리는 도로를 지났다 싶더니 이제는 습도 높은 장마철을 조금은 짜증스럽게 보낼 것이다. 이어 강렬한 태양아래 잠시 열을 내고 있다 보면, 어느덧 기분 좋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칠 것이다. 그리고는 또 추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해 진다.

다양함에 깃든 긍정적 가능성들

기후와 날씨가 이렇듯 다양함은 우리에게 여러 형태의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주어진 여러 환경에 적응케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만약 뜨거운 태양만 존재하는 사막에 우리가 살고 그 환경에 적응된 유전자만 가지고 있다면 추운 극지 환경으로 급하게 바뀌게 되면 우리는 생존자체를 위협받을 것이다.

다양한 것이 우수한 것은 아니나 다양함속에는 여러 형태의 유전인자들이 모여 있고 이는 어떠한 환경에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종이 단순화되고 환경자체가 동일화되면 생명체의 영속성은 장담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최근 생물다양성이란 용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고 또 다양성 보존 및 확보를 위한 세계적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의 생물 종 (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 (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만약 유전자가 다양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다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만약 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질병이 발생했다면, 사람들은 모두 그 질병에 걸리게 되고 멸종하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덕분에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 쉬운 예가 있다. 몇 년 전까지 크게 문제가 되었던 황소개구리를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농가소득을 위해 도입된 황소개구리가 자연 생태계에 방류되면서 우리나라 토종 개구리를 잡아먹고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하여 퇴치운동이 벌어지고 천적생물을 연구하는 등 요란하였으나 이제 황소개구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전학적 관점에서 볼 때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된 적은 수의 황소개구리 집단은 근친으로 세대를 거듭하면서 이들 유전자들은 차츰 동질화되고 단순화되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멸종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얼핏 들으면 낭보일 수 있으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숱한 동식물들이 인간에 의한 서식환경의 변화와 파괴로 인하여 멸종위기 동식물로 분류 보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동물의 경우는 개체수의 격감 등으로 근친교배가 비일비재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각종 개발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유전자원이 점차 사라지거나 변하고 있다.

생물종 감소, 결국 인간의 몫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생명이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 의하면 지구상 생물종의 분포는 한대 1~2%, 온대 13~24%, 열대 74~84%로 추정되며, 열대지역 중에서도 열대우림은 지구 표면적의 7% 정도인데 비하여 지구 생물종의 약 반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에 주로 속해 있는 열대우림은 최근 해마다 각국의 경제개발에 의하여 그 파괴의 속도가 급증하는 만큼 급격히 생물종은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된 바 있다. 이러한 추세로 생물다양성 파괴가 지속된다면 이는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경에서는 멸종을 막기 위해 노아의 방주에 창조된 생명체의 암수를 태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생태계 및 다양성 파괴가 지속된다면 노아의 목록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멸종위기보호종 및 유용 생물자원 관리 체계 수립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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