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병역거부 박의순씨

전국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된 제소자는 900여명에 달한다. 제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매년 10여명이 수감되고 있다. 현재 병역법에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불편부당함을 감수하며 제소자의 길을 걷는 ‘개인의 양심’은 ‘정당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박의순씨(24·도련동)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군대 대신 교도소를 선택하고 제주교도서에 수감돼 있던 중 지난달 24일 가석방됐다.

고등학교에서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의순씨는 졸업후 전기회사에 취직해 근무했다. 그러나 군입대 시기가 다가오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예비역이 아닌 전과자가 돼 돌아올 직원을 기다려줄 회사는 많지 않은 것이다.

“선배들을 통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걸어야 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저 역시 언젠가는 저 길을 가게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죠. 그래도 막상 직접 부딪치게 되면서 부담이 됐어요”

국방부는 2007년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또 병역법을 개정해 2009년 시행예정이라는 계획도 나왔지만 결국 유야무산됐다. 대체복부가 허용되길 기다리며 재판을 연기하던 의순씨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하루빨리 병역을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지난 2009년 10월8일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의순씨는 법정구속돼 제주교도소로 향하는 호송버스에 올랐다.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가면서 내가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것이 실감이 안났어요. 저에게 징역형이 선고되고, 제 손에 수감이 채워지고, 교도소로 가기 위한 버스에 오르면서 좀처럼 실감이 안났어요. 그런데 버스가 지나가는 길에서 가족과 지인들이 저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교도소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울컥했죠”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다른 제소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제소자들은 그에게 “차라리 군대를 가지 뭐하러 교도소를 오냐”고 꾸짖기도 했다. 의순씨는 “그분들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 않았다”면서 “나중에는 다들 잘해주시면서 오히려 좋은 말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의순씨는 교도소에서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국 전과자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전과자라는 신분으로 교원·공무원 등의 직업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아직까지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힌 그들의 고용을 꺼리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같은 순간이 오더라도 또 다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자신과 같이 어쩔 수 없이 교도소를 선택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병역을 면제시켜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군대를 가서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는 것을 양심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죠. 대신 군대를 대신해 복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무리 현역보다 긴 기간보다 아무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대체복무제도가 하루 빨리 도입돼 군대 대신 교도소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없어야겠죠”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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