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정보 없는 상태서 찬성.반대 선택만 강요"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18일 오후 2시 열린 제주도의회 제376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통해 제2공항 갈등문제 등과 관련해 원희룡 제주도정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지난 추석명절 기간 동안 제주도민들의 민심을 듣고 들으며 하나의 집약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불안'이었다"며 "도민들께서는 정확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찬성과 반대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기에 그 결과가 가져올 상황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계셨다"고 밝혔다.

그는 "벌써 14년 전 기초자치단체의 폐지 여부를 결정할 때부터 지금까지 강정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이 그러했고,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찬반이 그러했고,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이 그러하다"며 "하나의 선택은 또 다른 하나의 포기를 말한다. 이를 제주도민들께 강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강요된 선택을 도민들이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회와 행정의 역할이지 않겠습니까"라며 "여기에 더해 도민들의 불안을 악화시키는 상황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2016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보인 제주경제는 금년 들어 더욱 부진해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농산물 출하액의 감소, 서비스생산 감소, 건설수주액 감소 등 제주경제의 주요 축인 1차산업, 관광 관련 산업, 건설업의 주요 지표들이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일자리 관련 지표도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8월까지 제주지역 월평균 실업률은 2.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4%p나 높아진 반면 같은 기간 제주의 고용률은 월평균 68.1%로,전년 동기 대비 0.2%p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인 것은 국세와 지방세 수입 여건 또한 좋지 않아 경제위기 대처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재정여건 마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제주 전역에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있으며, 빗물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비율인 함양률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난 7월 지하수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속가능 이용량 대비 취수 허가량이 애월은 3.5배, 한경, 대정, 한림은 1.5에서 2배 이상으로 나타나, 이미 지하수 이용 한계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구좌읍의 지하수는 질산성질소 농도 증가로 인해수질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여기에 더해 2017년 기준 제주도의 상수도 유수율은 45.9%로 전국 85.2%의 겨우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는 개념이 있다.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 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지금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넘어서서, 우리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가버리는 것은 아닌지, 티핑포인트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불안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은 도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대책을 준비해야 할 주체가 바로 제주도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직은 비대해졌으나 소통은 부족하다"며 "도내 공영방송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제주도정이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5.5%로 잘 소통한다 26.5%의 두 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을 무시하는 풍토가 만연하다"며 "도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장의 상황, 현장의 목소리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계획에만 매몰된 채 실행은 요원하다"며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수정계획, 제주미래비전 계획 등원도정에서 계획 수립에만 투입한 예산이 20억원이 넘는다"며 "선도적 성격을 갖는 종합계획의 프로젝트 과제 19건 중 3건만이 추진상황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확인과 피드백은 부족하다"며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로서 조직구성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렵게 지사를 만나 건의사항을 간곡히 전달해도 그때뿐이라는 도민들의 한탄이 들려온다"면서 "조직의 리더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권한위임의 결과를 확인하고다시 피드백시키는 최소한의 역할이 방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장은 "정치위기론에서는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치와 행정의 관리능력 부족으로, 사회의 가치, 규범 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위기'라 지칭한다"며 "지금 제주는 여러 변화에 따른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것이 정치와 행정에 의해 더 악화돼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극도의 불확실성에서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앞으로의 약 4개월의 시간이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아닌,어디로 가야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위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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