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이 뛴다


감독 - 윤재근
주연 - 박해일, 김윤진
상영시간 - 114분
장르 - 드라마
줄거리
- 한 중년 여성이 뇌사상태로 병원에 실려오고, 심장병 딸에게 이식할 심장을 애타게 찾던 연희(김윤진)는 양아치 아들 휘도(박해일)에게 거액을 주며 매달린다.
그러나 엄마가 쓰러진 진짜 이유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휘도는 뒤늦게 사력을 다해 엄마를 살리려 하고, 절박해진 연희는 급기야 위험한 사람들과 손을 잡는데.

관람포인트 - 박해일, 김윤진 두 배우가 선택하는 영화 속 캐릭터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정리한다면 박해일은 ‘아들’이고, 김윤진은 ‘엄마’다. 박해일의 전작 「이끼」에서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과거를 규명하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걸고 싸운다. 「심장이 뛴다」도 마찬가지. 철없이 어머니의 돈을 뜯어내다 뇌사상태가 되버린 어머니 앞에서 뒤늦게 과거의 죄를 씻기위해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아들’이다.

김윤진은 영화를 통해 ‘엄마’로서 모성을 한없이 뿜어내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해 보인다. 유괴당한 딸을 찾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세븐 데이즈」가 그랬고, 죄수란 이유로 아들을 다른 사람으로 떠나 보내야 하는 절절한 사연을 가진 엄마를 연기한 「하모니」가 그랬다.

‘엄마로서 욕망’과 ‘아들로서 욕망’이 충돌할 때 어떤 파열음과 파장을 낼까. 자못 궁금해진다. 어머니가 뇌사상태에 빠진 이유를 탐색하며 김윤진의 요구를 뿌리쳐야 하는 박해일의 긴박함에서 우리는 이 영화가 스릴러와 최루성 멜로영화 구조를 함께 갖고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독특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장르마다 힘을 제대로 분산하지 못해 장르의 매력이 떨어질 수 있는 장·단점을 동시에 지녔다. 또한 부모와 자식, 죽음과 삶의 관계에서 사투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타고난 ‘운명’을 영화가 어떻게 다뤘나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아메리칸
감독 - 안톤 코르빈
주연 - 조지 클루니, 이리바 비요르크룬드
상영시간 - 105분
장르 - 액션, 범죄
줄거리
- 무기를 직접 제작해 타겟을 제거하는 노련한 암살요원 잭(조지 클루니)은 스웨덴에서 임무를 마치고 사진작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는 그곳에서 미스터리한 의뢰인, 마틸다에게 새로운 무기를 제작해주라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누군가 감시 중인 시선을 느끼고, 자신이 타겟이 되었음을 직감한 잭은 점점 더 거대한 위협에 빠져드는데.
관람포인트 -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스타 조지 클루니가 단독 주연과 함께 제작과 투자에 참여했다.
연출을 맡은 안톤 코르빈은 데뷔작 「컨트롤」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상,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쥔 실력파 감독이다. 안톤 코르빈은 영화 데뷔 전 ‘콜드 플레이’ ‘U2’등 유명 밴드들의 뮤직비디오 작업부터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이 영화는 전문 암살요원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마냥 액션을 즐기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접길 바란다.

오히려 조용히, 평안히 살고 있던 킬러의 일상에 스며든 불안에 집중한다. 남들과 다른 직업을 지닌 ‘킬러’의 숙명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평온한 일상이 킬러에겐 일상이 될지도, 불안이 될지도 모를 불균형적인 삶의 토대가 된다.

평온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서 촉발하는 불안감이 되려 관객들에게 더 큰 위협감이 되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집중하게 한다.

안톤 코르빈은 전작 「컨트롤」에서 불안감에 둘러싸여 삶과 예술적 영감을 항상 위협받았던 록 밴드 조이 디비전과 보컬 이언 커티스를 다뤘다. 안톤 코르빈은 「아메리칸」에서도 논의를 확장해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의 불안을 진중하게 그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이국적인 수려한 풍광 역시 볼 만하다.

문제는 이 영화가 얼마나 인간의 심연에 내재한 불안감을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제대로 어우러지게 하느냐다. 따지고보면 이런 류의 영화는 카메라가 비추는 풍경보다 인간 내면에 틀어앉은 심리를 제대로 끄집어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결국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인간의 내면 심리와 제대로 맞아 떨어져야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근원적 불안감이 제대로 표현될 것이다. 안톤 코르빈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기술적으로 현란한 카메라 워킹보다 인간의 불안감을 더욱 잘 이해하고, 해석하고, 정리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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