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범죄.범행동기 전면 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23일 오전 10시 30분 '전 남편 살인, 사체 훼손 및 은닉'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미리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조사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다.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 고유정은 불출석했고 검사측과 변호인 측이 앞으로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자신들의 주장을 어떻게 입증해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검찰 측이 밝힌 고유정의 범행 동기는 이혼 과정에서 형성된 왜곡된 적개심, 피해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에 대한 비현실적 집착, 피해자와 아들의 주기적 면접 교섭을 진행하면서 재혼 생활의 불화 우려를 주장했다.

검찰은 그 증거로 고유정이 면접 교섭 결정일 다음 날부터 한 인터넷 검색 내용, 범행 장소 혈흔 분석 결과, 범행 도구에서 발견된 DNA 감정 결과, 범행 후 고도의 평정심을 가지고 범행 장소인 펜션 업주와의 장시간 통화 내역, 성폭행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꾸민 문자 내역, 오른 손 상처에 대한 감정결과 등을 재판과정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고유정이 이혼 과정에서 피해자를 증오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범행도구를 구매하거나 인터넷 검색한건 아니"라며, "성폭행 시도에 대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이 주장하는 펜션 욕실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피해자의 사체 밖으로 흘러나온 혈흔을 청소한 부분과 1,2차 손괴 및 3,4차 은닉 부분 공소사실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대략적인 쟁점은 파악됐고 피고인이 이제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고 있어 공판기일을 열어 바로 증거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다음 공판기일을 8월 12일 오전 10시에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 측에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살해'라는 주장에 대한 의견 진술 준비를 요구했다.

한편, 검찰 측은 이날 공소사실 전문을 읽지 않고, 고유정이 출석하는 공판기일에 낭독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후 고유정 측 국선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유정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유정이 유족들에게 미안해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고유정과 여러 차례 접견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면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억울한 마음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신유기 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본인이 아는 대로 최대한 얘기하고 협조하려는 것 같다. 다만 유기 장소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