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떻게생각하십니까?
제12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뒷 이야기

“감히 기자한테 모욕을 줘? 사과해!”

지난 12일 오후 1시 30분경 해비치 호텔 지하1층 로비에서는 중년 남성 두 명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인공들은 서울 문화예술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송공공(가명)씨와 서울 인터넷 언론사에서 문화부 팀장으로 일 하고 있는 박기자(가명)씨다. 박 씨는 송 모씨와 실랑이 도중 셀카 봉을 송 모씨의 얼굴에 들이밀며 “감히 기자한테 모욕을 줘?”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둘의 실랑이 도중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관계자가 와 중재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 실랑이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 후, 박 모씨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사건의 과정과 함께 송 씨의 해임 그리고 공공기관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소셜 미디어 댓글들에는 “흠...조직폭력단체? 그들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상식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규탄합니다”. “누가 공적인 자리에서 반말 써가며 모욕을 준단 말입니까? 상식을 갖춘 사람들인지 의심이 갑니다” 등 박 씨를 옹호하고 관과 송 씨를 탓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박 씨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그의 입장은 지하 1층 로비에서 기자가 바라본 현장 상황과는 차이가 있었다. 현장 상황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한참을 참은 송 씨가 박 씨에게 터진 상황이었다. 둘의 상황이 종료된 후 송 씨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박기자(가명)와 저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제가 듣고 참는 관계다. 박 기자님이 평상시에 본인 SNS에 저희 기관에 대한 글을 쓰시던 입장이라 아쉽고 억울한 입장”이라며 “시작은 오전 포럼 끝나고 나서 호텔 로비에서 다른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박 기자님과 눈이 마주쳤죠”라고 말문을 뗐다.

이어 “박 기자님의 인사라도 하지. 뭘 꼬라봐라는 말에 기분이 나빠서 노려봤습니다. 바로 저한테 오더라고요. 박 씨의 뭘 노려봐 소리에 네가 싫어서라고 말하고 갔습니다. 후에 식당에 와서 앉기에 제가 가서 네가 와서 싫어서 그랬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박 기자님은 "감히 기자에게 이러는 것이냐며 기자도 모르냐고 하면서 저희 사장님에게 가서 사과요구를 했습니다. 사장님은 박 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는데 지금과 같이 셀카 봉으로 페이스 북 라이브방송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당일 로비에서의 일을 지켜본 기자는 한문연 관계자들에게 박기자의 위치 혹은 연락처를 물었으나 찾을 수 없었다. 박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입장에 관해 표명 중이었다.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전국 각지에서 문화예술 공연관계자, 기관, 문화부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특히 문화예술인, 관, 언론은 삼각관계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기자와의 관계는 상생과 감시를 하는 관계다.

공공기관은 사업 시 특수한 서로간의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기관은 자신들이 열심히 준비한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는 한편 반응을 체크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인, 관, 언론 삼각관계는 서로 유대관계가 튼튼해야 한다.

박 씨는 기자라는 직업으로 취재 시 소셜 미디어를 활용(페이스북 라이브 방송)해 사과를 즉각적으로 원한다며 카메라를 상대방에게 들이댄다. 기자들의 소셜 미디어 활용이 취재 과정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등 세계 언론인 16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자들의 72%는 소셜 미디어가 자신들의 일과에 중요하며 68%는 소셜 미디어가 없으면 언론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인식 하고 있다(ING, 2014). 특히 78% 기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매일 사용하며 2014년에 43%의 기자들은 기관을 압박해 사안을 만드는 데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서 신문사 기자와 실랑이를 한 송공공(가명)씨는 “일반 시민들은 공공기관, 공무원들에 대해서 실체를 알고 모르고 상관없이 비판적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셀카 봉을 들이밀고 페이스 북 라이브방송을 하며 무조건 사과하라고 하는데 기자 입장에서는 무조건 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에 따르면 한국이 받은 뉴스 신뢰도 순위는 37위다. 한국은 뉴스 신뢰도 25%로, 조사 대상 37개국 중 최하위인 37위를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의 뉴스 신뢰도 평균 44%와 거리가 있는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6.9%), 언론(6.8%), 법원(5.9%), 중앙정부 부처(4.4%), 노동조합(4.0%), 종교단체(3.3%), 군대(3.2%), 경찰(2.7%), 검찰(2.0%) 국회(1.8%)등 대부분 기관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누구보다 신뢰,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언론이 6.8%의 신뢰도로 이익 창출이 가장 큰 목적인 '대기업'과 단 0.1%의 차이가 나는 현실이다.

경기도 문화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지역 언론이라고 해도 결국엔 서로가 상생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서로를 배제하고는 각자가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공공기관은 세금으로 운영되며 공무원은 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그렇기에 시민들이 준 권력, 민중의 권력으로 기자들은 그들을 감시하고 집요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두 쪽 모두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관은 왜 시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먼저 인식되는지를 생각해보아야하며 또 기자는 왜 기레기라고 불리는지 되짚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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